“처음부터 페인트 공장 지으려고 순진한 농민들한테 사기친 겁니다.”
경기 안성 시민단체와 서운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화학공단 반대대책위원회 홍성현(57) 공동대책위원장은 서운면 제4산업단지에 입주한 ㈜KCC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했다. 첨단공장을 짓겠다던 애초 약속과 달리 KCC가 바닥재, 페인트만 생산하고 있어서다. 지역주민 고용 등도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
홍 위원장은 “대기업 말만 믿고 시민을 우롱한 황인성 안성시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민소환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안성시 등에 따르면 KCC는 지난 2011년 3월 서운면 제4산업단지 내 36만6,942㎡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2조원을 들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장을 지어 주민 3,000여명을 고용하겠다고 경기도, 안성시와 약속했다.
경기도는 이 말만 믿고 개발제한구역 등을 풀어 산업단지를 만든 뒤 KCC에 조성원가인 99만7,000원(3.3㎡당)에 땅을 분양했다. 안성시 역시 시비 44억여 원을 들여 공업용수를 끌어다 댔고 기업유치지원금 7억5,000만원도 줬다.
하지만 KCC는 2013년 11월 세계 경제침체와 태양광에너지 공급 과잉 등을 이유로 입주 업종을 화학제조업(페인트)으로 변경했다. 투자액과 고용인원도 계획의 10%만 이행했다.
KCC가 단지 내에 지은 건 건축방수 바닥재, 플랜트용 페인트 공장이다. 8만2,397㎡ 부지에 연면적 4만6,346㎡ 규모로 투자액은 2,000억여 원이다.
안성시는 2014년 2월 기업유치지원금을 환수하는 등 KCC를 제재하고 있으나 투자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나머지 부지를 환수할 수 있지만, 땅값만 850억여 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다른 업종이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 관계자는 “신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축소돼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는 못하게 됐다”면서 “다른 업종 투자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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