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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 봅슬레이의 기적

입력
2016.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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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트랙 길이는 1,200~1,500m로 경기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트랙 경사도는 8~15%이다. 트랙은 폭 1.4~1.6m의 얼음판이며, 곡면 고속주행 시 탈선이 없도록 처마의 물받이처럼 깊은 홈이 파여있는 구조다. 전체 트랙에 10개 이상의 커브가 설치된다. 결승점에서 약 100m 전방 구간부터는 감속을 위해 오르막으로 설계된다. 출발 신호가 울리면 선수들은 힘찬 도움닫기로 썰매를 밀고 나가다가 몸을 날려 몸을 싣고 마치 탄환처럼 트랙을 질주한다. 주행속도는 시속 150㎞가 넘는다.

▦ 썰매를 타고 경사로를 빨리 내려오는 경기이다 보니, 한때는 중량이 승패의 관건이었다. 그래서 1952년부터는 중량 제한을 뒀다. 남자 2인승의 경우 390㎏(체중 포함)을 넘지 않도록 하고, 중량 조절용 추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중량이 통일되면서 스피드는 이제 도움닫기를 통한 출발과 커브 주행의 기술에 좌우되게 됐다. 2명이든 4명이든, 선수들의 완벽한 호흡과 힘의 집중, 커브에서 중력가속도를 컨트롤하는 감각 등이 100분의 1초 차 승부를 가르게 됐다.

▦ 봅슬레이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1924년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할 정도로 불모지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이후 본격적 선수 양성에 들어갔으나 지도자와 시설, 선수층이 모두 빈약했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선후배로 평범한 체육교사를 꿈꿨던 원윤종(31)ㆍ서영우(25)가 국가대표에 도전한 게 그 즈음이다. 노련한 원윤종이 앞에서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을 맡고,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서영우가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을 맡아 콤비가 됐다.

▦ 국내 훈련 여건은 열악했다. 트랙조차 없어 레일 위에서 출발 도움닫기 연습만 주로 했다. 하루에 밥 15공기를 먹어 체중을 불리면서도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윗몸 일으키기 1,000회와 200㎏ 이상의 역기를 쉼 없이 들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선 18위에 머무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용히 투지를 불태웠고, 이번에 봅슬레이ㆍ스켈리턴 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우승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용기란 실패를 거듭해도 열정을 잃지 않는 능력’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 그대로 두 청년의 갈고 닦인 열정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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