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데이트 상대의 전과 조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한국판 ‘클레어법’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데이트 범죄자의 70% 이상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홍영오 연구위원 등이 펴낸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4년 연인을 상대로 살인과 성폭력, 폭행, 상해 등 4가지 범죄를 저지른 7만1,526명 가운데 전과자는 76.6%(5만4,860명)에 달했다. 전과가 아예 없는 초범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범죄분석’을 토대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전과정보공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참고해야 할 해외 사례로는 ‘클레어법’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시행 중인 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가 꼽혔다.
이 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 사이트에서 만난 연인에게 살해된 후 만들어졌다. 남자친구가 과거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국은 2012년부터 지역 경찰이 폭력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연인의 폭력 전과를 공개하도록 법 제정을 추진했다. 여성이 교제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경찰이 문의하거나, 경찰이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할 경우 잠재적 피해자에게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게 주된 골자다.
자칫 상대 남성의 인권피해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보고서는 “철저한 기준 아래 전과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면 범죄피해예방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사익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지역정보공개결정위원회가 인권보호법 등을 준수해 공개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는 것처럼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여론 조사 결과도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제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 2,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데이트 폭력 예방을 위해 상대방의 전과조회를 허용하는 방안에 86.8%가 찬성했다.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찬성’ 응답이 48%로 가장 많았고, ‘전적으로 찬성’도 38.8%에 달했다. ‘인권문제가 있으니 반대’는 9.8%, ‘전적으로 반대’는 3.5%에 불과했다. 남성들 또한 여성보단 낮았으나 ‘전적으로 찬성’이 22.5%,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찬성’이 40.2%로 찬성의견이 과반이었다.
보고서는 데이트 폭력 예방을 위해선 클레어법 도입 검토는 물론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례법상 처벌대상 범위에 데이트 폭력 피해자도 포함 ▦데이트 폭력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의 전환 ▦폭력에 대한 태도 교육 조기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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