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KBS ‘개그콘서트’(‘개콘’)에 구원투수가 등판했습니다. ‘안어벙’ 안상태(38)가 그 주인공입니다. ‘개콘’을 떠난 지 5년 만의 귀환이었습니다.
‘개콘’ 입장에선 안상태의 복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청률 9.9%로 2008년 9월 이후 7년 만에 한 자릿수 성적표를 받아 들며 ‘개콘’은 그야말로 추락하는 신세입니다. 2011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일요일 저녁을 호령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굴욕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콘’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시기 안상태가 돌아왔습니다. 점잖은 양복 정장에 2대8 가르마, 무표정한 얼굴로 “빠져 봅시다”를 외치던 안어벙(‘깜박 홈쇼핑’코너)으로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내 이름은 안상순’코너에서 우스꽝스러운 여장을 한 안상순을, ‘봉숭아학당’코너에선 “난~ 뿐이고” 를 연발하는 안상태 기자 등을 각각 연기하며 숱한 유행어와 함께 ‘개콘’의 바보 캐릭터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의 복귀가 ‘개콘’의 부흥을 이끌지 모른다는 기대가 여기저기서 나왔고, ‘개콘’ 제작진 역시 “안상태가 ‘개콘’의 반등세를 이끌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주 동안 안상태가 보여준 개그에 대한 평가는 기대 밖입니다. 그는 19금 쿡방을 표방한 ‘요리하는 고야’로 지난 17일 ‘개콘’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식재료를 사람에 빗댄 상황극입니다. 특유의 멍한 듯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 요리 맛있게 할고야(거야)” “요리할 생각에 흥분되는 고야”를 연발하며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신혼부부를 위한 삼계탕을 만든다며 생닭을 손에 들고는 “빨개 벗고 있는 신랑이 신부를 기다리고 있다”며 음흉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역시 안상태다웠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씻고 나온 신부 눈썹 반쪽은 어디간 거야. 코에 블랙헤드가 웬 말이야. 누가 샤프심을 저렇게 많이 박아놓은 거야. 볼에는 분화구가 잔뜩 있는 거야”라는 외모비하적 대사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부킹하러 온 여자가 너무 예뻐 밖에서 봤더니 기미가 오로라처럼, 팔자주름이 배수로처럼 엄청난 아줌마인 거야”란 대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불편했습니다.
“첫날 밤은 맨 정신에 어려우니 소주가 필요하다”, 생닭을 넣고 끓인 백숙 맛을 보고 “오늘 첫날 밤이 아닌데 이거 누구 잘못이냐”는 등 다분히 19금스러운 대사도 ‘개콘’이 15세 이상 시청가란 걸 감안하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정도 외모 비하나 19금 발언에 대한 지적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을 듯 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외모 비하나 선정적 대사는 오랜 시간 빈번하게 등장해왔고 현장에 모인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쉬운 만큼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볼 만도 합니다.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이 처한 전반적인 하향세를 고려하면 비판에 더욱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상태의 ‘요리하는 고야’는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소재의 다양성 고갈’이 ‘개콘’ 시청률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외모 비하’ ‘쿡방’ ‘19금’이란 뻔한 소재로 죽어가는 ‘개콘’을 살리기엔 누가 봐도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화제성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되던 동 시간대 경쟁프로그램 SBS ‘웃찾사’와의 시청률 차이가 2%대로 좁혀진 상황에서 개그 전통강호를 자임하던 ‘개콘’의 분발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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