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호가 경계해야 할 것은 상대의 막강 화력과 홈 텃세뿐 아니다. 최고조에 달한 기세도 꺾어야 한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27일(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을 펼친다.
이번 대회 개최국인 카타르의 펠릭스 산체스(39ㆍ스페인) 감독은 “4강을 확정한 뒤 선수단의 ‘팀 정신’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산체스 감독은 한국이 4강 파트너로 결정된 지난 24일 중동 매체 걸프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4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선수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카타르는 중동의 떠오르는 축구 강국으로 꼽힌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8강에 올랐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뒤 장기계획을 세워 전력강화를 꾀하고 있는데 산체스 감독을 영입한 것이 좋은 예다. 산체스의 23세 이하 대표팀은 6년 뒤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육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이번 승부가 더욱 주목된다.
한국으로선 삼중고가 예상된다. 카타르는 중국-이란-시리아-북한을 차례로 맞아 4경기 전승(11득점 5실점)을 거둔 막강 화력에 중동 개최국 특유의 홈 이점을 안고 있다. 거기에다 기세까지 한껏 고조됐다.
무엇보다 카타르의 기를 꺾는 게 급선무다.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간의 경기에서는 누가 분위기를 타고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통한 중원 장악이 필수적이다. 때에 따라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투지와 정신력으로 카타르의 기세를 눌러야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신 감독이 추구하는 최소화된 볼 터치를 통해 카타르 수비 뒷공간을 찌르는 패스 축구가 살아날 때 승산이 생긴다.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해서는 선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별리그 최다 골(9골)에 빛나는 카타르의 화력을 특히 초반에 경계해야 한다. 대표팀 주장인 수비수 연제민(23ㆍ수원)은 “우승후보 카타르는 공격능력도 좋고 개인기도 좋다. 다만 우리가 조직적으로 막으면 상대 공격이 안 풀릴 수 있다. 우리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하나 변수는 체력이다. 한국과 달리 카타르는 8강전에서 북한과 연장 접전을 치르고 올라왔음에도 체력적인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한국보다 하루를 더 쉬고 4강전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산체스 감독은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두고 선수들의 체력을 적절히 배분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신 감독은 “카타르는 개인 기량이 좋고 홈 이점도 있는 좋은 팀이지만 이미 분석은 끝났다.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산체스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등번호 20번이다”라며 신태용호의 막내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에 대한 특별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산체스 감독은 황희찬 외에도 문창진(23ㆍ포항)과 권창훈(22ㆍ수원), 류승우(23ㆍ레버쿠젠)의 등번호를 언급하면서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다”라고 평가했다. 산체스 감독은 4강전에서 만날 한국 팀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국을 불편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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