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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리버풀의 데얀 로브렌이 ‘대한 로브렌’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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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리버풀의 데얀 로브렌이 ‘대한 로브렌’이 된 사연

입력
2016.01.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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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로브렌(27, 가운데 아래)과 리버풀 선수들.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데얀 로브렌(27, 가운데 아래)과 리버풀 선수들.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21일 리버풀의 수비수이자 크로아티아 국가대표인 데얀 로브렌(27)이 다시 한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언급했다. 2014년 8월 리버풀 이적 당시 팬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본 ‘최고의 영화’를 ‘태극기 휘날리며’로 꼽은 이후에, 다시 한번 로브렌은 자신의 SNS계정에 ‘태극기 휘날리며는 내인생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이제부터 로브렌은 우리 형’, ‘세계 최고의 수비수 로브렌’, ‘발롱도르를 로브렌에게’, ‘데얀 로브렌이 아니라 대한 로브렌’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이라는 질문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언급한 데얀 로브렌(2014년 8월, 위), 지난 21일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한번 최고의 영화로 언급한 로브렌. 데얀 로브렌 트위터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이라는 질문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언급한 데얀 로브렌(2014년 8월, 위), 지난 21일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한번 최고의 영화로 언급한 로브렌. 데얀 로브렌 트위터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2004년 개봉해 국내 1,100만 관객을 유치한 영화로 영어 명으로는 Tae Guk Ki: Brotherhood Of War 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그러나 개봉한지 10년이 더 지난 국산 영화를 한국과 거리가 먼 외국 축구 스타가 좋아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본보는 국내언론 단독으로 데얀 로브렌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SNS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Q.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에서 2004년 개봉한 영화다. 당신과 거리가 먼 나라에서, 그것도 개봉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꼽은 것이 무척 이채로운데.

“태극기 휘날리며를 처음 접했을 때는 4년 전이었다. 하루는 여유가 있어서 집에서 유투브로 전쟁에 관련된 슬픈 영화를 찾아봤다. 그러다가 두 형제의 이야기를 찾게 됐다. 이 영화가 실화라고 해서 다른 생각 없이 바로 고르게 됐다. 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아주 좋아한다. 이 영화에 달린 코멘트들을 하나 같이 모두 읽어보았다. 아주 슬픈 영화이지만 또 대단한 영화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 ‘그래, 어디 한번 봐보자’ 라고 생각했다.”

Q. 원래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가.

“그렇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23년 전 나 역시 이런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전쟁 영화 속에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함께 뭉치는 장면들이 나온다. 아주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어린 시절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겪었던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어린 시절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겪었던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1989년생인 데얀 로브렌은 어린 시절 실제 전쟁을 겪은 경험이 있다. 크로아티아 부모 밑에서 태어난 로브렌의 고향은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제니카(현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라는 도시였다. 1990년 12월 23일, 민족주의를 앞세운 정당들이 선거에 압승을 거뒀고, 기존 공산 독재 정권의 유고슬라비아의 대분열이 시작됐다. 이듬 해 1991년 로브렌이 태어난 지 2년이 되던 해에,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구성원이었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연방에서 탈퇴했고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유고 정부는 분리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곧바로 병력을 파견했다. 내전의 시작이었다.

로브렌은 2013년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밝혔다. 로브렌의 가족은 내전이 일어나자 독일 뮌헨으로 피신을 갔다. 로브렌의 가족은 그 후 7년 간 독일에서 머물렀지만, 영구 거주권을 취득하는 데 실패했다. 크로아티아가 안전해진 것을 확인한 독일 정부는, 로브렌의 가족을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려보냈다.

“처음에 다시 크로아티아로 갔을 때는 친구들이 내가 크로아티아어를 못한 다고 마구 놀려댔다. 나는 말할 줄은 알았지만 그들이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 들었다. 그때 나는 독일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고 당시 크로아티아에서의 생활은 매우 어려웠다.” 축구가 유일한 낙이었던 로브렌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축구 재능을 꽃피워,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의 유스팀에 입단하게 된다.

Q.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가장 최고는 아마 마지막 장면이 아닐 까 싶다. 유골을 부둥켜 안으며 형제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원빈이 신발을 보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울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듯 나는 내 안의 감정적인 면을 겉으로 표출하는 사람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해외판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해외판 포스터. 네이버 영화

Q.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장동건과 원빈. 그들을 아주 좋아한다. 정말 멋진 배우다.”

Q. ‘태극기 휘날리며’를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유는

“나는 이렇게 가족들 간의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 영화를 예전에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최고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4번이나 봤다. 이 영화를 보면 울고 싶을 때 언제든지 울 수 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인 것 같다. 훌륭한 배우들, 훌륭한 제작진, 훌륭한 스토리가 있다.”

Q. 당신이 영화 속에서 느낀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는 가족이 항상 우선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모습에서 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다. 어떤 영광을 누리고 싶거나, 혹은 영웅이 되고 싶다고 해서 스스로의 너를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인스타그램(@dejanlovren06)

앞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크로아티아인에게 국가대표는 전부’라고 밝히며 깊은 애국심을 표현한 로브렌에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적잖은 감동을 준 모양이다. 그는 ‘내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국가를 위해 바치는 것이 의무감처럼 느껴진다’고 밝힌 바 있다. 2004년부터 크로아티아 연령별 축구대표로 뛴 로브렌은 현재까지 국가대표로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 때문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극찬하는 것이 아닐까.

로브렌은 리버풀 이적 이후 줄곧 비난에 시달렸다. 2,000만 파운드(약 370억원)라는 거금을 들여 사우스햄튼으로부터 영입됐지만 이후 어이없는 실수를 잇달아 범하면서 한 때 놀림감으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위르겐 클롭(49)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다시 굳건한 모습을 되찾았고, 지난 해 12월에는 이 달의 리버풀 선수로 지명되기도 했다.

Q. 예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였던 리오 퍼디난드나, 현재 첼시 소속이지만 아스날 시절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한국 팬들로부터 간식류를 받은 뒤에 SNS에 인증을 하곤 했다. 아마 한국에 있는 리버풀 팬들도 뒤쳐지기 싫을 텐데.

“아! 한국에 있는 초콜릿 과자, 정말 맛 보고 싶다. 만약 보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Deysbrook Ln, Liverpool, Merseyside L12 8SY, England 의 주소로 내 앞으로 보내달라.”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보내는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제공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보내는 데얀 로브렌(27). 데얀 로브렌 제공

Q.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에 계신 리버풀 팬, 그리고 저의 팬 여러분, 여러분은 정말 멋진 나라에서 산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정말 많은 성원에 감사 드리고 저 역시 당신들을 존경한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친구들을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하자. 여러분께 큰 사랑을 담아… 데얀 로브렌.”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

트위터 : @kispedia / 인스타그램 : @ksp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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