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선 군사적 대응의 일환으로 내달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장소 조율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하지만 회의 개최에 적극적인 미일 양국과 달리 우리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인 게 이유로 알려져, 한미일 대북공조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24일 “당초 미국이 하와이에서 회의를 열자고 먼저 제의했지만, 우리측이 난색을 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렇다고 일본에서 하자니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고, 한국에서 열자니 중국 반발이 부담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주도로 논의가 시작됐다. 2014년 7월 첫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하와이에서 회의를 열자는 제안이었다. 최고 군 수뇌부 회의는 북핵 국면에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다.
하지만 우리측은 손사래를 쳤다.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위협이 계속되는데다 2월 말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을 앞두고 분주한 시점에 군 서열 1위인 이순진 합참의장이 하와이에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군 소식통은 “이 의장이 하와이에 간다면 당장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가 머뭇대자 장소로 일본이 거론됐지만 이 또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었다.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회의에 이어 또다시 일본이 북핵 국면을 주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회의 당시에도 “4차 핵실험이란 한반도의 중차대한 상황을 일본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과 일본의 합참의장을 한국으로 부르자니 국방당국간 핫라인마저 먹통이 된 중국을 직접 자극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정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다. 합참 관계자는 “핵 실험 이후 위기관리를 위해 이 의장은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 나가지 않는 대신 화상회의를 포함해 다른 방식으로 미일 합참의장과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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