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헬로비전 인수… 해외 유사 사례는 엇갈려

통신ㆍ유료방송업체 간 M&A 시도

전례 없어 국외 사례 영향 클 듯

독과점 우려일 때는 ‘불허’

해결 방안 제시되면 ‘조건부 승인’

연초부터 방송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한다. 통신업체와 유료방송업체 사이에 M&A 시도는 처음이어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정부와 관련업계는 해외 사례를 집중 분석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놓고 2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2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다음달 중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산ㆍ학ㆍ연 전문가들과 관련업계, 시민단체 의견을 공개 청취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지난달 1일 SK텔레콤이 CJ오쇼핑의 CJ헬로비전 지분 53.92% 중 30%를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하는 내용의 인허가 신청서를 받아 심사 중이다. 미래부는 통신과 유료방송 업체 간 M&A 시도가 전례 없는 일이고 양 사가 관련 시장의 1위업체인 만큼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돼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심사숙고 중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해외 유사 사례가 정부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이동통신업체 관련 M&A는 총 21건이다. 이 중 미국은 합병을 불허한 경우가 많고 유럽은 사안에 따라 승인과 불허가 엇갈렸다. 해외에서 불허한 경우는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거나 M&A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사례들이다.

대표 기업이 2011년과 지난해 두 차례 M&A를 시도했다가 정부 불허로 좌초된 미 이동통신업체 티모바일이다. 미국 시장점유율 13%로 4위인 티모바일은 매년 재정이 악화돼 매각을 추진했다. 이에 이동통신 2위 AT&T와 3위 스프린트가 인수를 타진했으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 반독점국(DOJ)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FCC는 티모바일이 시장의 ‘가격 파괴자’로 통신비 인하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합병하면 경쟁업체 수가 줄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와 3위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시도는 시장 경쟁을 직접 제한하지 않아도 단일 업체의 세력이 너무 커질 것으로 보고 불허됐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케이블TV 업체별로 서비스 지역이 달라서 두 업체가 합쳐도 시장이 겹치지 않지만 합병 후 점유율이 50%를 넘는 지역 수가 기존 대비 2배로 증가한다.

반면 문제 해결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거나 상호 보완성을 인정받은 업체들은 승인됐다. 2014년 독일 이동통신 4위인 텔레포니카와 3위 이플러스의 M&A는 이동통신망 30%와 보유 주파수 일부를 알뜰폰(MVN0) 업체와 신규 업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됐다. 미 AT&T와 위성방송업체 다이렉티비 합병은 AT&T의 인터넷(IP)TV 서비스 지역이 22개주 뿐이어서 전국 방송이 가능한 다이렉티비와 결합하면 상호 보완성이 있다고 인정돼 지난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

이에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은 해외 사례에 비춰 봤을 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다른 케이블TV 업체들과 격차가 커져 시장 경쟁을 제한하니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과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하려면 1년 이상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M&A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방송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