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리스크는 적지만
약정 수익률도 낮게 설계
원금손실구간 한 번 터치했어도
기간별 상환 요건 채우면
약정수익률 받을 수 있어
만기 시점 기초자산 지수가 변수
약정 수익률과 원금 손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이미 1조5,000억원이 넘는 ELS가 원금손실구간(녹인배리어ㆍknock-in barrier)에 진입하면서 투자자의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손실구간에 들어선 것이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은행 직원의 권유에 따라 상품에 가입은 했으나 상품구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당수인 탓이다. 손실구간에 한번 진입하면 손실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있고, 반대로 기초자산이 다시 오르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는 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둘 다 잘못된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나 무모한 낙관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ELS 상품구조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4일 문답으로 궁금증을 짚어봤다.
- ELS의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 어떻게 하면 약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나.
“SK증권이 22일까지 공모한 ELS를 예로 들어보자.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3년 만기 상품으로 약정수익률이 연 7.5%다. 상환조건은 ▦6ㆍ12개월 90% 이상 ▦18ㆍ24개월 85% 이상 ▦30ㆍ36개월 80% 이상이다. 해당기간에 기초자산인 두 지수가 모두 조건을 충족해야만 상환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입 후 18개월 되는 시점에 코스피200과 H지수가 모두 가입 당시 지수의 85%를 웃돌면 원금에 연 7.5%의 수익률을 얹어 상환을 받게 된다.”
- 원금손실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을 하면 약정수익률을 못 받나.
“그렇지 않다. 예로 든 상품의 원금손실구간은 55%다. 만약 H지수나 코스피200 둘 중 하나가 3년 중 단 한 번이라도 가입시점 대비 55%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구간을 ‘터치’한 것이 된다. 그렇다 해도 이후 지수가 급등해 기간별 상환 요건을 채우기만 한다면, 약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가입시점 100이던 H지수가 55% 밑인 50으로 떨어졌다가 또다시 1년 뒤에 85로 반등하는 경우 ‘24개월 85% 이상’ 조건에 해당돼 2년치 약정수익률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 그렇다면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해도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건가.
“역시 그렇지 않다. 만기 시점 기초자산 지수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만기 상환조건은 손실구간을 한 번도 ‘터치’하지 않은 경우엔 적용 받지 않는다. 3년 동안 55% 밑을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면 만기 지수와 무관하게 무조건 약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H지수가 3년 만기 시점에 55%를 소폭 웃도는 56을 기록했다고 해도 연 7.5%의 수익률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반면 손실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했다면,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해야 약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50으로 떨어졌던 H지수가 3년 만기에 70으로 반등하는데 그쳤다면 30% 손실이 확정되는 식이다. 22일 H지수가 반등했다지만, 이미 손실구간을 한번 ‘터치’한 ELS라면 원금손실 위험이 상당히 커졌다는 얘기다.”
- 그렇다면 원금손실구간이 없도록 설계된 ELS가 무조건 유리한 거 아닌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약정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금손실구간이 없는(노녹인ㆍno knock-in) ELS의 경우 만기에 약정수익률을 받으려면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기상환조건이 80%인 경우 3년 만기 시점에 79%를 기록했다면 약정수익률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21%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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