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미중 전략대화’ 공약
미중 미지근한 반응에 흐지부지
‘코리안 포뮬러’로 北 끌어들였지만
대외 세일즈에 몰입해 성과 미미
6자 참여 ‘탐색적 대화’ 구상도
北 핵실험 후 5자회담으로 급선회
해마다 땜질 처방에 말잔치만 요란
박근혜 정부의 비핵화 해법이 널뛰기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2일 제시한 5자회담까지 합하면 벌써 4번째다. 올해가 집권 4년 차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새로운 구상이나 제안이 나오는 셈이다. 정부가 북한의 핵 야욕을 꺾을 일관된 정책기조 없이 편의주의 처방에 매몰돼 있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한미중 전략대화→코리안 포뮬러→탐색적 대화… 매년 바꿔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중 3국의 전략대화라는 ‘창의적’ 해법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을 불쏘시개 삼아 2008년 12월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6자회담을 재가동하려는 구상이었다. 당시 대선캠프 외교안보 좌장이던 윤병세 외교장관은 “한미중 전략대화는 대선공약의 최우선 순위”라며 “앞으로 잘 지켜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미중 전략대화는 2013년 7월 국립외교원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후 사문화됐다. 미중 양국 모두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 추동력을 얻지 못한 때문이다. 당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현실을 무시한 바보 같은 짓”이라고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후 정부의 비핵화 해법은 실질보다 ‘말의 성찬’으로 전락했다. 윤 장관은 2014년 8월 방송에 출연해 난데없이 ‘코리안 포뮬러(Korean Formulaㆍ한국 방식)’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한중 관계가 최상을 구가하면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 한미중 3국의 중심축에 북한을 끌어들여,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보이면 대화를 시작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이 주도하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대외 세일즈에만 주력하다 보니 성과보다는 수사에 불과한 모호한 해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진정성은커녕 ‘핵-경제 병진노선’을 보란 듯이 헌법에 못박으며 핵 능력을 높이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탐색적 대화(Exploratory Discussions)’라는 새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냥 기다리지 말고 북한의 의지를 떠보기 위해 6자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화의 장을 우선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ㆍ군축담당 특보가 미국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비판하며 2014년 대안으로 제시한 용어에서 따왔다.
돌고 돌아 5자 회담, 中 반발 무마할 수 있을까
정부가 썩 내키지 않던 탐색적 대화에 공을 들인 데는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편을 들며 6자 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라고 계속 요구한 현실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미 국무부도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의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동참하자 우리 정부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에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6자 당사국이 모두 참가하는 1.5트랙(정부+민간) 회의가 열렸지만 북한이 불참하면서 빛이 바랬다. 그래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탐색적 대화를 고집해오다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박 대통령이 22일 다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4차 핵실험 이후 줄곧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중국은 당장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와 달리 한미 외교장관은 24일 전화통화를 갖고 “안보리 결의와 더불어 양자 제재와 국제사회의 단합된 압력으로 북한의 셈법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5자회담 추진에 공동보조를 맞췄다. 주한 미 대사관은 전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5자회담 지지입장을 밝히며 박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결국 27일 방중하는 케리 장관이 중국을 상대로 얼마나 우리 입장을 대변할지에 5자회담의 추동력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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