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미국 국가를 이빨로 연주하곤 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호전과 반전의 양극화가 첨예했고, 무고하게 죽어가는 만큼 순연하게 사랑하고자 하던 이들 또한 많았던 때. 지미 헨드릭스의 ‘기행’은 연주기법의 파격만큼 나라사랑에 대한 이중적인 함의로 해석되었다. 불경과 공경이 겹쳤고, 지탄과 찬탄이 동시에 들끓었다. 지미 스스로는 자신이 “조국을 사랑하는 방식”이라 말했다. 열 맞춰 제복 차려입고 정갈한 바리톤으로 합창하는 국가와 증폭된 전자기타 노이즈를 이빨로 긁어대면서 오금을 저리게 하는 국가 소리. 둘 중 어느 게 더 신실한 거라고 금 긋듯 말할 건 아니다. 허나, 충忠과 예禮를 명분 삼아 뻣뻣하게 서 있기만 한다고 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애국의 념이 자연 충만하리라곤 믿지 않는다. 사랑은 그 어떤 형태로든 강요되거나 주입될 수 없다. 그런 강압이 감정을 옥죄여올 때 마음속에선 때로 폭동이 일고 균열이 생긴다. 어떤 정식화된 질서가 가둬놓은 그릇 안에서 주는 밥만 먹으라는 게 사랑은 아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애국이든 마찬가지. 사랑은 온전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늘하게 비어있는 상대의 겨드랑이를 긁어주는 일. 손끝으로 긁든 이로 깨물든 상대가 원한다면 아프도록 꼬집어라도 주는 것. 그렇게 사랑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치아를 단련하는 것. 앗, 이 가려워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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