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로 통제ㆍ정기여객선 결항으로 신선식품 바닥
눈의 고장 울릉도에 최근 6일간 1.3m가 넘는 눈 폭탄에다 강풍으로 울릉읍 외곽지 도로와 바닷길이 막히면서 신선식품이 바닥을 드러내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울릉도에는 지난 19일부터 24일 오후까지 1.3m가 넘는 눈이 내렸다. 19일 7.3㎝를 시작으로 20일 3, 21일 16, 22일 29.5, 23일 39.8, 24일 오후 2시 현재 35.5㎝ 총 131.1㎝가 내렸다. 대구기상지청은 이날 오후 들어 눈발이 약해지고 있지만 25일 자정까지 최고 10㎝ 이상의 눈이 더 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까지는 울릉도에 내린 눈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쳐 울릉 특산인 명이나물 수확과 고로쇠 수액 채취가 차질을 빚고 봄철 식수부족을 우려할 정도였다.
모처럼 눈 폭탄이 터지면서 산간지역 도로는 거의 마비상태다. 울릉일주도로 북쪽 2㎞ 구간도 너울성 파도로 인해 차량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울릉군은 23일 공무원 350여 명과 제설차 5대를 동원한 데 이어 이날도 비슷한 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내린 눈이 워낙 많아 24일 오후 현재 도동읍내와 일주도로만 간신히 뚫었을 정도다. 나리분지 등 산간지역은 25일 눈이 그친 뒤에나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릉 주민들은 눈 폭탄에 이골이 난 듯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23, 24일 이틀간 80㎝ 가까운 눈이 내려 문밖을 나가기 어렵지만 눈 굴을 파서라도 다 다닌다"며 "눈 보다 바람 때문에 여객선이 끊기고 조업을 하지 못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릉도는 풍랑주의보로 지난 18일부터 1주일째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이 끊겼다.
지난 8일 지난 8일 '국제교류 협력을 위한 미국 투산시 및 텍사스주 그랜프레리시 방문'을 명분으로 울릉도를 떠난 최수일 울릉군수는 지난 17일 귀국 이후 24일 현재까지 육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2일부터 하기로 한 실ㆍ과장들의 신년업무보고는 27일로 연기됐다.
또 볼 일을 보러 나갔던 주민 200~300명도 울릉도에 돌아오지 못한 채 포항시 등의 친척집이나 여관 등에서 배가 뜨기만 기다리고 있다. 저동항과 사동항 등에는 크고 작은 어선 200여 척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고 피항 중이다.
관광비수기여서 제주처럼 발이 묶인 관광객은 많지 않지만 20여명의 관광객과 주민 등 90여 명이 육지로 나가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울릉군은 기름 가스 연탄 등 연료와 가공식품은 1개월 치 이상 비축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지만 상추 등 신선채소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무호 울릉부군수는 "폭설로 인한 특별한 사건ㆍ사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일부 신선채소류와 유제품을 제외하곤 생필품 수급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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