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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 동북부, 최악의 눈폭풍 ‘조나스’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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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 동북부, 최악의 눈폭풍 ‘조나스’ 강타

입력
2016.01.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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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차량 통행이 멈춘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지역의 ‘123’ 도로 위를 인근 주민이 산책하는 가운데 제설 차량이 지나고 있다.
폭설로 차량 통행이 멈춘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지역의 ‘123’ 도로 위를 인근 주민이 산책하는 가운데 제설 차량이 지나고 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오늘 밤은 정전 사태에 대비해 인근 안전한 호텔로 숙소를 옮길 예정입니다.”(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거주 존 보호라드씨)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 등 메릴랜드 등 미국 북동부 지역을 기록적인 눈폭풍 ‘조나스’(Jonas)가 강타해 일대 도시 기능이 전면 마비됐다. 당초 우려했던 시속 100㎞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눈을 동반한 강풍으로 백색 이외에는 주위를 분간할 수 없는 ‘화이트아웃’(Whiteout) 현상으로 시내 교통이 완전 두절됐다. 워싱턴의 경우 도시 지하철과 노선 버스 등 공중 교통이 22일 오후 12시 이후 중단 상태다.

폭설로 의미 있는 제설작업을 사실상 중단한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의 제설 차량이 23일 낮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폭설로 의미 있는 제설작업을 사실상 중단한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의 제설 차량이 23일 낮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웬만한 눈을 거뜬히 치우는 미국 제설당국도 기록적인 폭설로 손을 들고, 눈이 그칠 것으로 예보된 24일 오전까지 상황을 지켜볼 지경이다. 이에 따라 매일 1회 한국 인천공항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을 오가는 대한항공 KE093편의 23일과 24일 이틀 결항이 결정됐다. 송기원 대한항공 덜레스 공항 지점장은 “폭설로 공항 활주로를 치울 요원들이 출근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덜레스 공항 인근 호텔에서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비상 대기 중이나, 언제 정상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상당국은 워싱턴 지역의 경우 눈폭풍이 23일 밤을 고비로 잦아지고, 24일 새벽부터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날씨가 개이는 즉시 제설장비를 총동원해 고속도로와 간선 도로 등 주요 도로부터 복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덜레스 공항측도 25일(현지시간)부터는 활주로 기능이 일부 정상을 회복, 인천공항을 떠난 대한항공 여객기(KE 093편)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덜레스 공항 당국은 취항여부를 24일 중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기상당국과 방송은 곳곳에서의 고립 사태와 정전사태를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눈폭풍으로 삽시간에 위기에 빠진 상황을 ‘스노마겟돈’(Snowmageddonㆍ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록적인 눈폭풍으로 눈이 성인 무릎까지 쌓이자 현지 주민이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기록적인 눈폭풍으로 눈이 성인 무릎까지 쌓이자 현지 주민이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한국 파견 주재원들이 모여 사는 워싱턴 인근 베드타운인 페어팩스 카운티 맥클린, 비엔나 일대도 거의 고립 상황이다. 간간히 제설 차량 서너 대가 간선 도로에 나타나 눈을 치우고 있지만 곧바로 쌓이는 눈에 차량 통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일부 주민들은 집 앞 눈치우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성인 허리까지 차오른 적설량 때문에 30~40분 일부 통로를 만들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량 진출입 통로를 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집 앞 눈을 치우고 있지만 곧바로 쌓이는 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차량 진출입 통로를 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집 앞 눈을 치우고 있지만 곧바로 쌓이는 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비엔나 파운크레스트가의 한 주민은 “당국의 권유에 따라 비상상황에 대비해 식료품과 식수, 땔감을 준비해 당장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폭설로 정전이 될 경우를 대비해 일부 주민은 인근 대형 호텔로 숙소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밤은 대형 호텔에서 묶기로 했다”는 보호라드씨는 “전화를 하면 호텔측에서 눈 속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차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눈폭풍이 강타한 미 동부 곳곳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사고 소식이 이어졌다.

버지니아 주 서쪽의 켄터키 주를 남북으로 가르는 75번 고속도로의 남행선은 엄청난 눈폭풍에 22일 밤부터 35마일 이상 차량이 정체되면서 거대한 주차장이 형성됐다. 주 경찰과 방위군, 비상인력 등이 총동원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행렬에 물과 연료, 과자 등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켄터키 주 경찰도 “트럭에 트럭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많은 차량이 도로 밖으로 미끄러져 있다"며 "차량들에 접근에 사람들을 도로 밖으로 구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은 역대 최대급인 ‘조나스’로 불편을 겪는 미국 시민이 전국적으로 8,50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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