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취업규칙 지침'에 따라 국내 노동시장에 '성과'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성과 저조자'라는 명목으로 근로자의 해고를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한국스포츠경제 DB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는데, 해당 규정에 따르면 통상해고가 신설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
대다수의 성실한 근로자는 일반해고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해고 조항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기업 내 인사 관리자의 주관적 재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특히 영업직 등 업무능력과 근무성적을 계량화 할 수 있는 직종을 제외하면 주관적 인사 평가만을 통해 직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 현저히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근로자에 한해 우선적인 교육 훈련을 통한 능력 향상의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불합리한 시선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저성과자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교육 훈련 참여로 업무에 제한이 생길 경우 근무성적을 향상시킬 시간적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고과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저성과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3년 이상 인사고과 C등급 이하를 받은 직원들만 모아 교육을 하고 있어 내부에서는 해고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장인 사내 SNS 블라인드 앱에서 LG전자 직원으로 예상되는 한 사용자는 "저성과자만 모아 놓고 교육을 시키는 것은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해당 프로그램은 저성과자가 현업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인원 감축과 관계가 없고 프로그램 이수자를 해고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취업규칙 지침 발표 후 일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인력 감축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최근 급격히 떨어진 기온처럼 퇴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가까운 영업점을 한 데 묶어 그룹화하는 협업 체계가 도입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33개 지역본부와 1,138개 영업점을 30개 지역영업그룹과 148개 지역본부로 묶는 영업체계로 개편했다.
NH농협은행도 서울을 중심으로 영업 네트워크를 한 데 묶는 방안을 도입한 이후 연내 순차적인 전국 지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을 강남, 강북, 강서, 중앙사업부별로 1개씩 거점 점포를 지정하며 거점당 4개 점포를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리테일 영업점과 금융센터 등 가까운 6∼7개의 영업점을 그룹으로 묶는 '커뮤니티 협업체계'를 이달 도입했다.
이는 핀테크의 확산과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 점차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게돼 지점 통폐합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점이 합쳐지고 점차 거대 영업권으로 변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력 감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지점 통폐합에 따른 구조조정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며 "새로운 취업규칙이 발표됨에 따라 성과 여부 및 협업 체계가 가시화 되면 인력 감축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근로기준법 23조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하지 못 한다'라는 법령이 규정돼 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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