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철거에 저항하던 철거민 5명과 이를 제압하던 경찰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7주기 추모 행사가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한 옛 남일당 터에서 열렸다.
112개 시민사회 단체와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 500여명은 가녀린 눈발이 흩날리던 23일 용산참사 발생 현장인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터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시간이 흐르고 흔적이 사라져도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날을 잊지 않겠다”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4ㆍ16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도 참가해 힘을 보탰고 한 켠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참사 당시 철거민 진압작전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규탄하며 ‘김석기가 국회에 가는 일만은 막자’고 강조했다. 추모제 진행을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김석기는 공기업 낙하산 사장도 모자라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며 “학살 책임자인 김석기가 가야 할 곳은 국회가 아닌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박래군 7주기 추모위 집행위원장은 “다시는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양보하거나 존엄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용산참사 희생자 이상림씨의 아내인 전재숙씨도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못해 세월호 어린양들이 희생당했다”며 책임자 처벌을 호소했다.
이들은 추모 행사를 마친 뒤 남일당 터를 출발해 서울역 광장으로 향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20일에는 희생자들의 묘역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서 추모제를 진행했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 대책에 반발하던 용산 4지구 철거민들이 남일당 건물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화재로 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친 사건이다. 현재 공터인 이 현장은 올 봄부터 개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추모집회 현장에는 케냐 출신의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방문해 참가자들로부터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한 키아이 특보는 용산참사 현장을 비롯, 사회ㆍ인권ㆍ노동 분야 당사자와 정부 등의 의견을 들은 뒤 한국의 집회 및 결사 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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