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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뒤통수’에도 보안에만 매달리는 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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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뒤통수’에도 보안에만 매달리는 軍, 왜?

입력
2016.0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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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에 뒤통수를 맞은 국방부가 대북정보망이 아닌 군사보안을 강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군 내부의 희생양을 빌미로 대북경계작전 실패의 책임을 흐리려는 얄팍한 행태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민구(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 날인 7일 국방부에서 한미 양국의 공조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오른쪽) 한미연합사령관과 이순진 합참의장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한민구(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 날인 7일 국방부에서 한미 양국의 공조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오른쪽) 한미연합사령관과 이순진 합참의장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국방부, 북핵 실험 된서리에도 정보 유출자 검거에 쾌재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던 지난 6일 오후 군 수사당국 요원들이 국방정보본부 예하부대 소속 A대위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지난해 11월 28일 북한이 두 번째로 시도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시험 사실을 외부에 알려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에서다. A대위는 11일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돼 군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국방부는 느닷없는 핵실험 이후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사방에서 대북정보의 허점을 질타했고 지난달 개설한 중국과의 핫라인마저 끊기자 국방부는 위중한 안보정국에서 전면에 나설 처지가 못됐다. 미군이 무력시위용으로 B-52 전략폭격기를 선보이고 남북이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로 맞서 긴장을 조성하면서 그나마 군 당국 본연의 입지를 일부 회복하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수세에 몰리던 국방부가 A대위 검거를 계기로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에 나설 태세다. 국방부는 지난 20일 A대위의 구속사실을 전격 공개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23일 “SLBM 발사시험 보도 이후 한 달여간의 추적 끝에 유출자를 색출한 값진 성과”라며 쾌재를 불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게재한 지난해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왼쪽) 발사시험 장면과 신형 반함선로켓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게재한 지난해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왼쪽) 발사시험 장면과 신형 반함선로켓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미군에 대북정보 더부살이, 죽다 살아난 국방부

국방부가 특정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이처럼 내부징계를 넘어 형사처벌 수순까지 밟는 것은 이례적이다. 군 당국은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상공의 사진이 버젓이 공개되고 지난해에는 ‘한미 연합작전계획 5015’의 일부 내용이 유출되자 반드시 범인을 찾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해 체면을 구긴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A대위를 검거하는 개가를 올리자 국방부는 그동안의 실패를 단번에 만회했다는 자화자찬에 들떠 있다.

물론 국방부가 유출자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북한이 SLBM을 시험 발사한 지난해 11월 28일은 토요일이었다. 언론이 속보경쟁을 하는 날이 아닌데도 발사 후 불과 수시간 만에 기사가 떴다. 군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정보가 새나간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미군에 대한 뿌리깊은 정보의존 때문에 군 당국은 유출자 색출에 혈안일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SLBM 발사 여부와 같은 민감한 내용은 미군의 정보자산으로 파악해 우리에게 넘겨주는 특수정보(SIㆍSpecial Intelligence)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늦춘 것도 바로 미군의 SI가 없으면 장님에 귀머거리나 마찬가지여서 대북정보망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탓이다. 다른 소식통은 “고급 군사정보의 경우 우리는 미군에 더부살이 신세인데 기껏 넘겨받은 SI가 바로 언론에 보도됐으니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들이 방송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들이 방송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뢰 추락한 軍, 적반하장으로 보안만 앞세워

SLBM 발사정보 유출사건 이후 군 당국은 사실상 모든 인원에 대해 ‘보안서약서’를 받으며 내부적으로 바짝 군기를 잡고 있다. 북한 핵실험을 거치면서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는 더 차갑게 얼어 붙었다. 이러다 보니 국방부와 합참 주요 당국자들의 전화가 먹통인 경우도 다반사다. 군은 지난해 5월 북한의 첫 SLBM 발사 때는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정보유출의 홍역을 치른 뒤 12월 세 번째 SLBM 발사 때는 아예 입을 닫았다.

군에서는 이 같은 소통부족의 화살을 언론 탓으로 돌린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중요사안의 경우 군에서 요청하면 언론이 알아서 보도를 자제하는데 우리는 득달같이 달라붙어 탈탈 털어댄다”는 푸념이다. 자신들은 안보투사인 반면 언론은 기밀유출을 조장한다는 극단적인 이분법이다. 군인이 존경 받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군에 대한 불신이 퍼져있어 외부의 회초리가 절실하다는 불편한 진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4차 핵실험 이후 국민들은 북한이 앞으로 5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미리 알 수 있기나 한 것인지 불안한 시선으로 군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미국도 이번에는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큰 형도 모르는데 막내 동생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소 한 달 이전에 핵 실험 징후를 알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번에 그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A대위의 잘못과는 별개로, 국방부가 앞길 창창한 30대 초반의 장교를 시범 케이스 삼아 마치 언론을 향해 윽박지르듯 정보를 쥐고 흔들려는 속셈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SLBM을 쏘아대며 보란 듯이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다. 향후 3년 정도면 전력화가 가능해 실제 위협이 임박한 무기다. 이 외에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우리 군 당국이 북한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야욕을 꺾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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