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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납 수돗물 사태는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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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납 수돗물 사태는 인재(人災)”

입력
2016.01.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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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납 중독 피해자인 2살 짜리 흑인 아기 신시어 스미스의 사진이 실렸다. 타임 표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납 중독 피해자인 2살 짜리 흑인 아기 신시어 스미스의 사진이 실렸다. 타임 표지

미국 소도시에서 발생한 수돗물 납 오염 사태가 공공보건 재해이자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플린트시에 대한 미필적 고의’(Depraved Indifference Toward Flint)라는 사설을 내고 “플린트시의 (납 수돗물) 피해를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었던 순간마다 주 관계자들은 주민 탄원을 무시하고 진실을 외면했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또 “수천 명의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건강과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납 수돗물에 노출됐다”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근 공개된 274쪽 분량의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 이메일은 플린트시 납 수돗물 사태가 1년 이상 이어지는 동안 주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얼마나 무시해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주 정부 관계자들은 플린트시 수질에 대해 비판하는 세력을 “모든 것에 반대하는 단체”로 치부했다. 또 어린이들이 납 수돗물에 노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쟁거리”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주 정부는 물을 끓여 먹으라는 조언만 했을 뿐이었다.

NYT는 “플린트시 주민들이 소득수준이 낮고 흑인 주민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도 지적했다. NYT는 “부유하고 백인 비중이 높은 지역이었다면 이 같은 공공보건 재해를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플린트시가 2014년 4월 상수도 수원지를 디트로이트에서 플린트 강으로 바꾼 것도 새 파이프 공사를 하는 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속을 잘 부식시키는 플린트 강물 때문에 수도관의 납땜이 녹으면서 플린트 주민들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하게 됐다.

지난해 3월 플린트 시의회가 7대 1로 디트로이트에서 깨끗한 물을 사오자고 결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상관리 담당자가 플린트 주민의 청원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돈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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