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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기간제 교사 폭행, 그 속에 감춰진 공교육의 ‘민낯’

입력
2016.01.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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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뱅크
게티 이미지뱅크

세밑 인터넷을 달구었던 이른바 ‘교사 빗자루 폭행’사건이 사실상 종결됐습니다.

경찰이 지난 18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입니다. 경찰은 기간제 선생님을 때린 고등학생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휴대폰으로 논란의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린 학생도 입건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가해학생 트위터에 선생님을 모욕하는 글을 올린 게시자는 찾지 못해 ‘공소권 없음’처분됐습니다. 해당 계정에 대한 우리 경찰의 접속자 요청에 대해 미국 트위터 본사가 회신을 거부했다고 하네요.

정작 맞은 선생님은 끝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을 구속해 넘긴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불구속 수사에서 강경 입장으로 갑자기 선회한 연유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의 전례 등에 비춰 구속은 지나친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을 물리친 것은 아마도 교권추락 등을 걱정하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것입니다. 용인 ‘캣맘’사건 등으로 미성년 범죄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더해진 분위기입니다.

구속된 학생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례적으로 문제의 ‘동영상’이 상영됐다고 합니다. 재판부도 경찰 조서만이 아닌 아이들의 폭력 장면을 직접 보고 판단한 것이지요.

이제 학교는 학생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퇴학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불구속된 학생들은 이 처분 전 절차인 ‘가정학습기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학생들은‘위(Wee) 센터’에서 인성치료를 받으며 “순간의 실수로 너무나 큰 잘 못을 저질렀다”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곧 오갈 데 없어질 학생들이 걱정입니다. 어제 구속적부심(구속이 합당한지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을 통해 구속된 2명이 풀려나 재판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받겠지만, 우리나이로 이제 17살 되는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쫓겨나면 어디를 가야 할까요? 자녀가 철없는 실수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부모들의 심경은 또 어떨까요? 스스로를 책망하며 자녀의 매를 대신 맞고 싶은 심정일 것 입니다.

다음달 말이면 1년 계약이 끝나는 선생님 역시 다시 교단에 설지 고민이 깊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과목은 이공계 계열인데, 현장에서는 교직 이수자가 드물어 자격을 갖춘 기간제 교사를 찾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피해 선생님도 지난해 초 지방에서 올라오신 것이라고 하네요.(물론 선생님은 다시 이 학교 기간제교사에 응모할 수 있고 수업시연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다시 선발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냈는데 문제가 커져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경찰에 말씀하셨다는 선생님. 버릇없는 학생들은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게 맞습니다만, 퇴학에 처할 정도로 학생들이 개전의 가망이 없는 것인지 되돌아볼 여지는 정녕 없을까요?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피해자 진술을 하지 않은 선생님의 간곡한 뜻을 따라서요….

이렇게 ‘동정론’내지 ‘선처론’을 펴는 기자를 비난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무릅쓰고 꺼낸 것은 신성한 교권 추락을 방기한 국가와 우리 사회의 책임도 못지 않게 무겁기 때문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10대 학생들만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내 기간제 교사의 비율(지난해 기준)은 중학교 32%, 고등학교 21%에 달합니다. 중ㆍ고등학교에서 뵙는 선생님 10명 중 2~3명은 기간제 교사인 것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학습지도를 위해 대게는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짧게 계약을 맺은 일종의 비 정규직 선생님들입니다.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선생님들의 권위가 설리 없겠지요.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세심히 살피고 지켜봐야 가능한 생활지도, 인성지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셈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비율이 높을까요? 출산·육아에 따른 휴직 요인도 많고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실정에 맞게 정원을 늘려주지 않는 정부 탓도 있다는 게 경기도교육청의 설명입니다. 이 숫자를 꺼낸 것은 기간제 교사들의 자질을 깎아 내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권위를 인정받고 안정되게 교육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현실적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붕괴돼 가는 공교육 현장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요.

어른들은 또 어떻습니까? 언제부턴가 선생님을 ‘직업인’의 한 명쯤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부끄럽지만, 민망한 언행으로 교권을 깎아 내리고 있는 숫한 어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있습니다. 학교로 쫓아가 때리고, 고발하고, 심지어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무릎 꿇리기도 합니다.

자긍심 부족하고 확고한 신념이 없는 선생님들이 더러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런 해묵은 숙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교권’을 근본적으로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요?

자극적 영상을 앞세워 어린 학생 몇 명을 본보기로 삼는 것보다요….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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