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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自己)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입니다”

입력
2016.01.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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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련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저서 판매대.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련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저서 판매대. 연합뉴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책이 지난 15일 선생 타계 후 큰 관심을 끌며 베스트셀러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15일 타계 소식이 알려진 뒤 3일 동안 고인의 책 판매량이 13배 늘었다고 밝혔다. 12~14일 기간 동안 190권이 팔렸으나 그 뒤 3일간은 2,500여권을 넘어섰다. 특히 고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25년의 성공회대 강의 경험을 응축해 마지막으로 남긴 책 ‘담론’이 인기를 끌었다.

이는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교보문고가 13~19일 집계한 순위에서 고인의 ‘담론’이 7위에 올랐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25위였다. 예스24에서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담론’이 각각 2위와 5위에 올랐다. 대형ㆍ인터넷ㆍ지역서점 통계를 합한 한국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담론’은 3위로 떠올랐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2위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고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첫 책이다. 고인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간 복역 중이던 무기수였다. 그러다 고인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이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가톨릭이 창간한 평화신문에다 그 편지 전문을 연재했다. 오랜 옥살이에 대한 억울함이나 분노보다는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단아한 성찰이 넘쳐난 그 글은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으로 번져나갔고, 이윽고 그 해 8월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다.

‘담론’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대학강단에 서온 고인의 마지막 강의록이다. 건강 문제로 더 이상 강단에 설 수 없는 미안함과 주변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맞닿아 만들어졌다. 옥 중에서 오랫동안 시경, 주역, 논어 등 동양고전을 읽고 고민해온 저자답게 깊이있는 해석이 돋보였다.

‘담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 ‘자기의 이유’,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이유를 고민하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남기는 문장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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