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최근 검찰이 MB정부의 고위직 인사 10여명의 계좌추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불쾌한 심경을 간접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제 39회 극동포럼에서 한 특강에서 "퇴임 후에는 대통령 기념재단을 만들려고도 생각했는데 내 주위를 뒤지고 다녀 포기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측근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 대해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현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정치도 생활도 깨끗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직후인 4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환담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가 그곳의 작은 교회에서 기도하는데 이를 본 부시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근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는 전직 대통령도 현직처럼 대접해줘 재미도 있고 해서 외국에 자주 나간다" 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전직 대통령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또 4대강 사업이 성공한 정책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녹색 성장을 주도하고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4대강 사업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인 시기에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특히 임기 동안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한 것은 퇴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강연으로 이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활동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강연한 극동포럼은 목사와 장로 등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극동포럼에서 ‘서울의 미래-동북아의 중심’을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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