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일부 쟁점 법안에 접점을 찾으면서 꽉 막혔던 쟁점법안 대치 정국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21일 열린 여야 원내 지도부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그 동안 재벌특혜법이라고 반대해온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거의 원안대로 수용했다. 북한인권법은 더민주가 요구한 문구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서 접점을 찾았다. 사실상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한 국민의당(가칭)이 일부 법안에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과 재계의 민생 살리기 입법촉구서명 운동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쨌든 식물국회를 벗어나는 모습이 반갑다.
서비스법,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4개 법 등 다른 쟁점법안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접점을 찾기를 바란다. 이 가운데 서비스법은 보건ㆍ의료 분야 포함 여부,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정보조사권 부여 여부가 쟁점이고, 기간제법을 제외한 노동 4법 중에서는 파견법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여야가 23일 재개하기로 한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최대한으로 정치력을 발휘해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일괄처리가 정 어렵다면 일단 합의 가능한 법안들이라도 1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는 게 맞다.
이들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선진화법의 개정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1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이 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변칙적으로 추진 중인 국회선진화법 개정 시도에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67년 국회사에서 국회 운영 절차에 관한 법이 단독 처리된 적이 없음도 상기시켰다. 정 의장은 대신 현행 국회법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을 재적 60% 이상에서 과반의 요구로 완화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쟁점 법안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다소 시일은 걸려도 직권상정 없이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 중재안이 당장의 쟁점법안 처리에는 도움이 안되고 직권상정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요구대로 의장직권상정 요건에‘재적 과반 이상 요구’를 포함시키면 쟁점법안 직권상정이 손 쉬워지고, 이를 막으려는 소수당의 몸싸움으로‘동물국회’가 일상화할 개연성이 높다. 과거 국회에서 많이 봤던 이런 퇴행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더민주 측은 정 의장이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변칙개정에 반대한 데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도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 완화에는 강력 반대했다. 너무 이기적인 자세다. 언제까지고 야당만 할 것이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당리당략을 떠나 19대 국회에서 드러난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에 대해 냉철히 평가하고 개선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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