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 선 홍준표(62) 경남지사가 이틀째 목소리를 높이며 검찰과 설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홍 지사)이 오죽하면 ‘불법감청’ 운운하겠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홍 지사가 전날 재판에서 측근 엄모(60)씨와 자신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검찰이 불법 수집했다고 주장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홍 지사는 통화 당시 김모 부장검사가 검찰청 밖에서 윤씨를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엄씨가 윤씨를 회유하려고 통화했던 녹음파일도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지사 측은 “수사경험이 많은 검찰이 결정적 증거라는 녹음파일 원본 확보도 못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검찰을 공격했다. 검사가 “수사과정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하자 홍 지사는 피고인석에서 벌떡 일어나 “검찰청 외 호텔에서 수사하지 말라는 검찰총장 지시가 있을 것”이라며 “한번 찾아보세요”라고 훈계까지 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한달 이상 윤씨를 데리고 관리했다”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사 출신인 자신의 이력을 강조하고 싶은 듯 “수사를 모른다는 표현은 안 하는 게 옳다. 검사님만큼이나 수사 다 알고 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재판장은 “여긴 법정이다. 의혹 제기로 공방하는 자리는 아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증인출석이 예정된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출석하지 않자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중하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씨를 만나 쇼핑택에 든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