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린트시 두살배기, 타임지 표지 모델로
“아기는 이제 물이 무섭다고 한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에 표지 모델 사진을 올린 사진기자 레지나 분은 두 살배기 신시어 스미스를 카메라 앵글에 담는 순간의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진 속에서 스미스는 얼굴과 온몸이 발진으로 뒤덮인 채로 축 늘어뜨린 고개를 한 손으로 받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스미스의 증세는 납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미스가 태어난 플린트시는 최근 납 중독이 확산하면서 현재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디트로이트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인구 10만 정도의 작은 공업도시는 영유아의 혈중 납 수치가 급격히 높아져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스미스의 불행은 2014년 4월 플린트시가 수원(水源)을 플린트 강물로 바꾸면서 시작되었다. 원래 근처 대도시 디트로이트 시의 수도에서 물을 받다가 송수관 교체 공사를 계기로 시내를 가로지르는 플린트 강에서부터 물을 끌어다 쓴 것이다. 문제는 정수처리 과정에서 플린트 강물을 중화하는 화학제품을 첨가하지 않는 바람에 송수관의 납이 부식돼 그대로 수돗물에 녹아 들면서 불거졌다. 물이 혼탁하고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시당국은 물을 끓여 먹으라고 권고하는 식의 대응만 되풀이했다.
최근 미시간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당국은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플린트 주민 대다수가 흑인 빈민이 아니었다면 즉각적인 대책이 있었을 것이라고 18일 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플린트시는 인구의 57%가 흑인이며 42%는 빈곤층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연방비상관리국(FEMA), 미국토안전부(DHS)의 구호활동 조직을 승인하고 연방예산 8,000만 달러(약 964억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남효정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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