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글거리는 두 손으로 시 한 줄 써줄게
너는 무엇을 줄래?
밤낮으로 씹어대는 메마른 식빵에
새콤달콤 애인아, 너는 잼이라도 발라줄래?
나는 정전된 책상 앞에 앉아 비뚤배뚤 시 한 줄 써줄게
칼잡이 엄마야, 너는 눈을 감고도 척척 맹물 같은 가래떡이라도 썰어줄래?
나는 빗속에서도 시 한 줄 써서
그러나 축축하지 않게
호호 말려서
날개처럼 가볍게 달아줄게
절름발이 새들아, 너희는 유행가라도 불러줄래?
나뭇가지에 맺혀 있는 붉은 열매는 콩알만 한 내 심장을 달아놓은 것
- 이민하 ‘소시민(小詩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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