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ㆍ높이 대폭 축소 수정안에도
서울시, 한양도성 보호 이유 반려
재계 “재벌 특혜 비판 의식 탓”
과잉규제 아니냐, 논란 일기도
호텔신라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옆에 추진 중인 전통 한옥호텔 건립 계획이 뚜렷한 이유 없이 서울시로부터 네 번째 퇴짜를 맞으면서 과잉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21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호텔신라가 장충동 2가 202번지 일대에 전통 한옥 호텔을 짓기 위해 제출한 ‘자연경관지구 내 건축제한 완화요청’을 보류시켰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네 번째 도전한 호텔신라는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자연경관과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계획이 계속 좌절되자 당초 계획안을 대폭 수정해 제출했으나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호텔신라의 계획은 남산 자락에 위치한 신라호텔과 인접한 장충체육관 뒤쪽 부지에 한옥 모양의 고급 호텔을 지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근에 문화재인 한양 도성이 있어서 개발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 측에서는 문화재와 자연경관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이에 호텔신라는 당초 지상 4층, 지하 4층에 207개 객실을 지으려던 호텔 규모를 대폭 축소해 지상 3층, 지하 3층에 91개로 변경했다. 건물 높이도 당초 15.9m에서 11.9m로 낮췄고 총 면적 역시 2만6,470㎡에서 1만9,494㎡로 축소했다. 또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시에서 요구한 한양도성과 20m 떨어뜨려야 한다는 조건도 아예 29.9m로 늘려 잡았다.
따라서 호텔신라는 도시개발위원회에서 요구한 조건을 대부분 맞췄기 때문에 보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직 시에서 관련 서류를 전달받지 못해 보류 이유를 알 수 없다”며 “3차 심사에서 문제됐던 부분을 모두 보완해 통과될 줄 알았는데 4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변함없이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아직까지 전통 한옥호텔 사례가 없다 보니 건축과 교통 계획에 관해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양 도성길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인근에 호텔을 허가해 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예측 불허의 시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면 이를 명확히 알려서 기업이 계획을 늦추도록 했어야 한다”며 “네 차례나 계획을 수정해 제출하도록 한 것은 기업 골탕먹이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도 “도성과 불과 9m 떨어진 곳에 신축 건물이 들어선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봐주기 논란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서울시 측에서도 “내부에서도 괜한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쉬어가자”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는 한옥 호텔 건립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3,000억원을 들여 전통 한옥 호텔을 지으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효과와 1,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며 “서울시 요구 사안을 반영해 다시 수정안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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