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 총회 간 李부총리
인사말 10분 하고 자리 뜨려 하자
교육감들이 붙잡고 반박, 감정 싸움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22층 회의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17개 시ㆍ도 교육감(충남ㆍ전북ㆍ전남은 부교육감 대리참석) 앞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조속한 편성을 요청하는 인사말을 낭독하고 자리를 뜨려는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붙잡았다. “누리과정은 국고로 집행해야 할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그의 반박에 이어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교육청도 교육부도 아닌 복지부 소관”이라고 거들었다. 계속되는 교육감들의 질문으로 당초 10분으로 예정된 일정이 40분으로 길어지자 이 부총리는 “교육감님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잘 들었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그의 등뒤로 “자기 할 말만 하고 간다” “같은 말만 되풀이할 거면 뭐 하러 왔나”라는 노골적 불평이 쏟아졌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책임을 두고 대치 중인 정부와 지방교육청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던 이날 행사는 이처럼 ‘네 탓’ 공방을 재연하는 데 그쳤다.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부총리와 협의회 회장단 4명이 두 시간 동안 간담회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하게 공동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양측은 이날 감정싸움까지 벌이며 극한 대립관계로 되돌아갔다.
이 부총리 취임 후 전국 교육감과의 상견례를 겸한 이날 자리에서 양측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오히려 갈등의 골은 커졌다. 이 부총리는 “올해 시도교육청 재정에 지방교육교부금,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등이 증가한 만큼 교육감들의 의지만 있으면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차 교육청 책임을 강조했다. 교육감들 역시 예정에 없던 질의를 통해 “세수 대비 지방교육교부금 비율을 기존 20.27%에서 25.27%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며 응수했다. 이 부총리가 인사말 형식을 빌려 전향적 해법을 내놓고 협의회가 총회에서 이를 긴급안건 형식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교육감들은 총회가 끝난 뒤 “진전된 내용이 없다”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야 하는 만큼 2월에도 총회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파행 장기화로 일선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무상보육 지원금이 끊겨 ‘보육대란’이 현실화됐건만, 국민 불안을 아랑곳하지 않고 출구 없는 힘겨루기로 일관하는 양측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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