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21일 2006년 런던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독살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에 의해 자행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퇴직법관 로버트 오웬이 이끈 정부조사팀은 이날 발표한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증거와 분석들을 고려할 때 리트비넨코 살해 작전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책임자인 파트루셰프와 푸틴 대통령에 의해 승인됐다”고 밝혔다. 오웬은 리트비넨코가 런던 호텔에서 만난 2명의 FSB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게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오웬이 이끄는 조사팀은 지난해 6개월 간에 걸쳐 62명의 증인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하고 영국 정보기관들로부터 리트비넨코 관련 방대한 기밀정보 증거들을 제공받았다. 영국 정부는 이날 발표된 공식 조사결과에 따라 독살 사건의 용의자인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코프툰 등 2명의 영국 인도를 러시아 측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영국 자유민주당 팀 패런 대표는 “리트비넨코를 야만적으로 살해한 것은 아직도 냉전식 첩보행위와 정치적 살인을 자행하는 러시아 국가의 잔혹한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영국 영토에서 자국민을 살해함으로써 러시아 정부는 전적으로 영국 및 국제법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넨코는 영국 국적을 취득한 지 얼마 후인 2006년 11월 런던 밀레니엄 호텔에서 FSB 요원 2명을 만나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뒤 쓰러져 약 3주 만에 숨졌다. 그가 마신 차에는 고도의 방사성 물질로 독성을 띤 폴로늄-210이 다량 발견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플로늄-210은 방사성 탐지기로 쉽게 찾아낼 수 없는 물질”이라며 “누군가 사인이 밝혀지지 않기를 바라고 준비한 것”고 전했다. 리트비넨코는 영국 정보기관 M16에 러시아 조직범죄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푸틴 대통령의 승인 하에 암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영국의 조사결과 발표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대립해온 영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잠재적 위협에 따라 동구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들에 더욱 많은 군사요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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