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 대여를 미끼로 영세 버스업체를 통째로 빼앗아 팔아 넘긴 ‘기업사냥꾼’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표 명의를 담보로 받고 전세버스 회사에 돈을 빌려준 뒤 고의로 채무를 갚지 못하게 해 회사를 빼앗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공갈)로 이모(6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전세버스 회사를 운영하던 이씨 일당은 2010~11년 운영난에 시달려 급전이 필요한 경기 부천 소재의 C전세버스 업체와 서울 S업체에 접근, 대표 명의와 주식을 담보로 사업자금 1억여원을 빌려줬다. 해당 업체들은 변제 기간인 2개월 내에 돈을 준비했지만 이씨 등은 회사의 다른 빚 7,000여만원을 자신들이 마음대로 대신 갚아 채무액을 늘렸고, 피해자가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자 대표를 협박해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를 장악한 이들은 버스를 모두 팔아 치웠다. 피의자들은 2012년 1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전세버스 업체를 빼앗은 뒤 차량을 매각했다.
조사 결과 이씨 일당이 운송 사업면허와 전세버스를 팔아 얻은 부당이득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4억3,000만원에 달했다. 버스 매각과정에서 서울시 6급 공무원 이모(55ㆍ불구속 입건)씨가 편의 제공을 대가로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기업사냥꾼들이 빼돌린 버스 중 일부는 대포차로, 일부는 업체 명의를 바꾸고 새 번호를 부여 받아 고가 매각이 가능한 영업용 차량으로 둔갑해 팔렸다. 경찰은 이들이 버스업체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범행을 계획했고, 운영난을 겪는 업체 정보는 전세버스 기사들과 대부업체로부터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를 빼앗긴 C업체 대표는 아내와 이혼한 뒤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했다”며 “비슷한 수법에 당한 피해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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