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란 찬사로도 모자라다. 기자회견장을 무대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연신 취하는 모습이 영락 없이 능청 맞은 팬더 ‘포’였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쿵푸팬더3’ 공식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잭 블랙(47)은 자신이 목소리를 연기한 포에 빙의한 듯했다. 양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여러 쿵푸 동작을 선보였다. 함께 자리한 ‘쿵푸팬더3’의 한국계 여인영 감독은 뿌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블랙은 그런 여 감독을 향해 손가락을 이용한 조그만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젊음과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는 대뜸 “치즈버거”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살이 많이 찌면 주름이 안 생기니까요. 한국에도 치즈버거 많죠?” 블랙은 (홍콩 쿵푸 스타)청룽을 엊그제 만났다며 “벌써 60세가 넘었다는데 나보다 훨씬 동안이더라. 나는 그의 젊음의 비결이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1편 ‘쿵푸팬더’(2008)부터 포의 목소리 연기를 전담했으니 “이미 잭은 포”라는 여 감독의 극찬이 지나친 건 아니다. 블랙 스스로도 “포는 나에게 영원한 젊음이자 소망, 순수함이자 따뜻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는 내가 록 가수나 배우의 꿈을 품었을 때를 생각하게 한다”며 “쿵푸의 우상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따르는 포는 더스틴 호프만이나 데이비드 보위 같은 사람들을 우러러 본 과거 내 모습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정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블랙은 “다른 액션 영웅물에서 주인공들은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남자다운 모습만 보이지만 포는 아니다”고도 했다. “섬세하고 때론 연약하며 따뜻하다”란 말로 어딘가 허술해 보이나 착한 마음씨를 가진 포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작 자신의 자녀들은 청룽이 연기하는 ‘몽키’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다. 포이외에는 ‘쿵푸팬더3’의 악당 카이를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꼽았다. “악역을 좋아해서”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음하하하, 음호호호”하며 악당 웃음소리를 내 기자회견장을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는 누구인가’란 철학적 물음에 대해선 “잠시 묵상 좀 해야겠다”며 실제로 눈을 감고 한 동안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나는 아직도 내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는 참 중요하고 복잡미묘한 질문”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블랙은 MBC ‘무한도전’ 촬영장으로 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소감에 대해 그는 “‘무한도전’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물론 두렵다. 무한보다 큰 숫자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용사로 동참하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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