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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유료화 나선 이유

입력
2016.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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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당 1원꼴 도저히 수익 못내”

제작편수 두 배 이상 증가…커진 시장, 열악한 수익 구조

“음원도 돈 내는데… ”웹영상콘텐츠 사용료 현실화” 목소리

정일우·진세연 주연의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는 회당 다운로드 비용 500원을 내야 볼 수 있다. 김종학프로덕션 제공
정일우·진세연 주연의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는 회당 다운로드 비용 500원을 내야 볼 수 있다. 김종학프로덕션 제공

인터넷만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인터넷 예능ㆍ드라마 콘텐츠 시장에도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인기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하얀거탑’, ‘화정’ 등을 만들며 국내 대표 드라마제작사로 자리매김한 김종학 프로덕션이 유료화를 주도하고 있어 공짜 웹드라마 시대가 멀지 않아 저물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TV드라마보다 짧고 볼거리가 적다는 편견에 싸여 있는 웹드라마가 열악한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이달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N스토어 등을 통해 유통중인 자사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을 회당 500원(1·2회 제외)을 받고 네티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유료로 다운로드 볼 수 있는 대신 기존 무료 웹드라마에서 무조건 봐야 했던 10초 분량의 광고를 뺏다. 유료화에 따른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KBS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빅맨’ 등을 연출했던 지영수 PD와 영화 ‘히말라야’ 를 찍었던 촬영팀을 투입해 작품 품질 향상에도 신경을 썼다. 2012년 ‘러브인메모리’가 웹드라마로 첫 선을 보인 뒤 웹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이 유료로 서비스되는 건 ‘고품격 짝사랑’이 처음이다. 김종학프로덕션은 ‘고품격 짝사랑’이외에도 올해 추가로 공개할 웹드라마도 유료로 내놓을 예정이다.

웹드라마의 유료화는 고육지책에서 시작됐다. 무료 웹드라마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열악한 수익 구조 탓이 크다. 김종학프로덕션 관계자는 21일 “‘고품격 짝사랑’의 제작비가 10억원 넘게 들어 기존 유통방식으론 실제 수익이 1,000만원도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 고민 끝에 유료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러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웹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2억~3억원 선이다. 제작사가 웹드라마를 포털사이트에 공개한 뒤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주로 조회수에 따른 매출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클릭당 고작 1원꼴이 제작사에 배당돼 수익을 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제작비 2억원이 든 웹드라마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2억건의 클릭수가 나와야 한다는 계산인데 5,000만 남짓한 국내 인구수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공개돼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일본 유명 배우 우에노 주리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웹드라마 ‘시크릿 메시지’만 봐도 웹드라마의 열악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시크릿 메시지’의 총 조회수(10회)는 208만여건에 불과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웹콘텐츠 기획과 유통을 하고 있는 어느 PD는 “웹드라마의 평균 누적 조회수가 200만~300만 건에 불과하다”며 “광고도 포털사에서 보기에 기대작인 콘텐츠에 한해 최대 광고비 2,000만 원 정도가 붙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온라인 시장에 팔리지 않으면 국내 유통만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웹드라마 순위 전문사이트 컨스TV에 따르면 지난해 웹드라마 제작편수는 67편으로, 2014년(23편)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외형적 성장은 비약적이라 할 수 있으나 수익구조는 열악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웹드라마와 웹예능의 유통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제작사의 한 기획 PD는 “단순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음원을 들을 때도 사용자들이 돈을 내야 하고, 또 한 곡을 스트리밍했을 때 음원유통사가 저작권자가에게 3~4원(월정액제)을 지불하지 않나”라며 “웹드라마도 유료화 혹은 조회수당 사용료 인상 등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웹콘텐츠의 ‘제가치찾기’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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