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경찰생활 끝에 서장을 끝으로 퇴직한 A(67)씨는 지난 2014년 10월쯤 지인들과 어울리다 김모(57ㆍ여)씨를 알게 됐다. 공직 은퇴 뒤 혼자서 적적한 삶을 살던 A씨에게 김씨는 살갑게 다가왔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고 결혼 이야기도 오갔다. A씨가 넘어온 듯하자 김씨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사토장 사업에 투자하면 결혼해서 평생 먹여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김씨를 철썩 같이 믿고 평생 모은 재산 4억1,200만원을 건넸다. 그런데 돈이 넘어가자 김씨의 연락이 갑자기 뜸해졌다. 살던 집에 찾아가는 등 수소문 했지만, 만나기 어려웠다. 불안감에 휩싸인 A씨는 김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고 그제서야 그녀가 전문 사기범이라는 것을 알았다.
수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백찬하)은 고액 배당금 등을 미끼로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A씨 등 9명으로부터 사토장 투자금 명목으로 2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토장은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잔토를 버리는 곳이다.
김씨는 사토장 운영사업에 투자하면 매주 20%씩 10주 동안 투자금액의 200%를 배당해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처럼 혼자 사는 남성에게는 혼인을 빙자해, 실직자 부모에게는 자녀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냈다.
검찰은 김씨가 명문대학교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 환심을 산 뒤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밝혔다. 먼 친척 등의 계좌로 투자금을 받아 압류와 추적을 어렵게 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범행에 이용한 계좌를 분석, 2013년 초부터 2014년 말까지 2년여 간 16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280억여 원이 모집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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