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남편 잃을까 불안해 공조
부부 현장검증서 범행 재연
최씨, 병역 기피로 수배 전력
부천 초등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아버지 최모(34)씨는 자주 이성을 잃고 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15~19일 경찰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해 최씨와 최군의 어머니 한모(34)씨를 각각 2차례, 3차례 조사한 결과 최씨에게서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발견됐다. 2012년 초 PC방 매니저 일을 그만둔 최씨는 집에서 반복적인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들을 24시간 앙육하면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돼 공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숨진 최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으며 한씨는 남편 대신 전화상담사로 생계를 책임졌다.
공통적으로 성장기 부모의 방임과 부적절한 양육을 경험한 최씨 부부는 사회적, 심리적으로 단절되고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초교 3학년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라면서 어머니에게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요구 받았고, 한씨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다친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의사소통과 인지적 사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는 남편을 잃는 것에 대한 심각한 분리 불안 심리가 작용해 아들 시신을 훼손하는 일을 도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씨 부부는 이날 진행한 현장검증에서 고개를 떨군 채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한씨가 비닐봉투 담아 시신 일부를 수차례 걸쳐 버린 부천 시민운동장 공중화장실과 최군이 숨지고 시신이 훼손된 부천 빌라를 돌며 진행됐다. 시신을 보관한 인천의 현재 집, 시신을 유기한 최씨의 중학교 동창 집도 포함됐다.
남색 모자에 흰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갑을 찬 최씨 부부는 아들 시신을 훼손하고 시신 일부를 유기하거나 냉장고에 넣는 장면을 차분히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마친 최씨 부부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시신을 훼손할 때 죄책감이 없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일부 주민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너희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비난했고, 우유와 계란 등을 최씨 부부에게 투척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신 손괴와 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씨 부부를 2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씨는 병역 기피로 수배됐다가 공소시효 5년이 지나 군 입대 의무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공소시효 만료 사실을 몰랐다면 병역 기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들이 숨진 뒤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2013년 3월 부천에서 인천으로 이사오면서 본인의 전입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 측 국선변호인은 “한씨가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 남편의 병역문제를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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