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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무한도전' 두렵지만 살아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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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무한도전' 두렵지만 살아남겠다"

입력
2016.01.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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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쿵푸팬더3’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잭 블랙(오른쪽)이 여인영 감독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쿵푸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4년)
영화 ‘쿵푸팬더3’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잭 블랙(오른쪽)이 여인영 감독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쿵푸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4년)

위풍당당한 걸음을 뽐내며 무대 위로 등장한 잭 블랙(47)은 한시도 가만 있지 않았다. 양팔을 앞뒤로 흔들며 거만한 포즈를 취하더니 짧은 팔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우스꽝스러운 쿵푸 자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종일관 실룩거리는 콧수염에 절로 폭소가 터졌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쿵푸팬더3’ 공식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그 자체로 주인공 팬더 ‘포’의 모습이었다. 함께 자리를 빛낸 ‘쿵푸팬더3’의 여인영 감독도 ‘포’와의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이 사랑스러운 배우를 바라보며 “이미 그는 ‘포’”라는 말로 무한 신뢰를 보냈다.

다음은 잭 블랙과 여인영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말해달라.

잭 블랙(잭)=“따뜻하게 맞이해줘서 감사하다. 어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팬들의 따뜻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단한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여인영 감독(여)=“우리를 한국에 초대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쿵푸팬더3’를 가지고 방문해서 더 영광이다.”

-어제(20일) 레드카펫에서 팬들과 만날 때 유쾌한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잭=“어제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줘서 놀랍고 영광일 따름이었다. 한국에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놀라웠다.”

-쿵푸팬더 속 ‘포’와 매우 비슷한 외모인데 실사판이 제작된다면 출연 의사가 있는가.

잭=“쿵푸팬더의 실사판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내가 팬더 의상을 입고 해야 되는 건가? 아 그렇군. (웃음) 촬영은 정말 웃기긴 하겠다. 어렵긴 하겠지만.”

-(영화 속에서 ‘타이그리스’의 목소리 연기를 한)앤젤리나 졸리의 자녀들이 이번 영화에서 베이비 팬더들의 목소리 연기에 동참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여=“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게 정말 대단했다. 졸리의 자녀들은 너무 귀여웠다. 촬영 현장에 온 졸리가 아이들을 간지럽히자 재미있는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그걸 실제로 영화에 넣었을 만큼 귀여운 목소리였다. 정말 귀여웠다.”

잭 블랙이 극중 캐릭터 ‘포’의 쿵푸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잭 블랙이 극중 캐릭터 ‘포’의 쿵푸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잭 블랙은 여전히 쾌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넘친다. 그 비결은?

잭=“고맙다. 극찬이다. 내가 그렇게 젊어 보였는지 몰랐는데 말이다(웃음). ‘몽키’ 목소리 연기를 한 성룡을 엊그제 만났는데 나보다 훨씬 동안이더라. 벌써 60세가 넘은 것 같던데 그의 젊음의 비결은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의 비결은 아마도 긍정과 열정이 아닐까? 아! 치즈버거도 있다. 살이 많이 찌면 주름이 안 생기니까. 한국에도 치즈버거 많지 않나?(웃음)”

-극중에서 영혼계와 팬더마을 화면에 공을 들인 것 같던데.

여=“팬더마을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의 청성산(靑城山)을 직접 방문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산에 들어갔을 당시 안개가 낀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안개를 벗어나자 등장하는 마을의 모습을 보고 팬더마을을 그려냈다.

-1편부터 ‘포’ 역할을 맡았다. 이번 3편에서 목소리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잭=“포는 항상 나에게 영원한 젊음과 소망, 순수함과 따뜻함의 상징이다. 포를 연기할 때 나의 젊은 시기를 생각한다. 내가 록음악가나 배우로서의 꿈을 품었을 때를 상상한다. 더스틴 호프만과 데이비드 보위 같은 사람들을 우러러봤을 때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쿵푸의 우상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을 따르는 포의 모습이 나와 닮았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카이’ 캐릭터가 궁금하다.

여=“카이는 황소다. ‘쿵푸팬더1’의 악당 타이렁은 고양이의 큰 버전이었고 2편의 셴은 공작새였다. 3편에선 새로운 동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세고 초능력이 있는 캐릭터인 황소를 선택했다. 포가 이기기 힘든 악역이었고 보다 큰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소감은?

잭=“‘무한도전’의 도전을 받아드리겠다. 조금 두렵다. 무한보다 큰 숫자는 없기 때문이다. 가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 생존만 했으면 좋겠다. 용감한 용사로 동참하겠다.”

-영화 속에는 ‘기(氣)’, ‘나는 누구인가’ 같은 동양철학적인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잭= “잠시 묵상 좀 해야겠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복잡하고 미묘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나는 내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심오한 질문이다.”

한국에서 유행 중인 손가락 하트 포즈를 선보이는 잭 블랙. 이정현 인턴기자
한국에서 유행 중인 손가락 하트 포즈를 선보이는 잭 블랙. 이정현 인턴기자

-벌써 3편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로서 서로의 장점을 말해달라.

잭=“나는 매일 출근해서 이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매우 즐거웠다.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점심은 만두를 먹었고 불고기도 몇 번 먹었다(웃음). 여 감독은 그림을 정말 잘 만든다. 스토리 작가인 동시에 그녀는 아티스트다. 장면이 어떻게 연출될지 그림을 그려주면 내가 그림을 토대로 연기로 하려고 노력했다.”

여=“벌써 12년 동안 잭과 일했다. 우리는 등장 캐릭터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서로 잘 알고 있다. 잭에게 ‘포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할까?’라고 물어보면 그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 준다. 이미 잭은 포다. 어떤 순간에 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고 즉흥적인 부분을 영화에 반영했다.”

-포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좋아하는 캐릭터가 무엇인가? 자녀들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나?

잭=“무적 5인방 중 우리 아이들은 몽키(성룡)를 가장 좋아한다. 나는 악당 캐릭터가 좋다. 악역을 좋아한다. 카이를 연기해보고 싶다. 재미있는 역할이다. (악당 웃음소리를 흉내 내며) 음하하하하 오호호호.”

-도전하는 포의 두려움이 영화에 등장한다. 본인은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나?

잭=“포는 액션 영웅이지만 일반적인 영웅과 다르다. 보통의 영웅물에서 주인공은 마초적이고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지만 포는 섬세하고 따뜻하다.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매력적이다. 영웅적이지만 인간적이고 연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악당과 만나고 쿵푸 제자에서 스승으로 성장하는 포의 모습에서 고향을 떠나 취직을 하고 일을 해야 하는 어른의 두려움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공감하는 게 많다.”

-한국계 감독인 만큼 한국에 온 소감이 남다를 듯 하다. 차기 작은 무엇인가?

여=“서울 방문을 좋아하는 건 고향으로 다시 온 느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공기가 그냥 좋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쇼핑도 하기 좋다. 몇 년 만에 한번씩 오는데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겸허하고 따뜻하고 의식이 훌륭한지 올 때마다 느낀다. 잭과 함께 온건 처음인데 어제 한국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너무 좋았다. 한국의 작품들을 한국에 와서 보는 것 역시 너무 좋다. 액션이 가득한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고 한국에서도 연출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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