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앓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녀 둘을 둔기로 살해한 뒤 투신 자살했다는 게 경찰의 조사 결과다.
21일 오전 9시6분쯤 한 남성이 112로“경안동 아파트에서 부인을 망치로 때렸다. 불면증 때문에 아이 2명도 죽였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 1층 인도에 A(48)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었고 18층 A씨 집 안에서는 A씨의 부인(42)과 아들(18), 딸(11) 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A씨의 부인은 부엌 쪽 거실에서 반드시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고 그 옆엔 범행 도구로 보이는 피 묻은 둔기가 놓여 있었다. 또 딸은 안방 이불 위에서, 아들은 자기 방 이불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둔기 등으로 머리와 가슴 등을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자녀들은 이불 위에 있었던 것으로 미뤄 잠을 자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9월 초까지 한 신경정신과 의원에서 ‘상세불명의 뇌병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해 9월 또 다른 신경정신과 의원에서는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진단도 받았다.
이날 집 거실 서랍 안에서도 A씨가 복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수면유도제가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지만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잠을 못 이루겠다. 잠을 못 자니 밤이 무섭다. 약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 아닐까”라는 등의 글도 확인됐다.
지인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는 A씨가 평소 술에 취해 부인에게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다만 A씨와 가족들의 휴대전화 내역 등에서는 가정 폭력사건으로 신고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A씨의 뇌병증, 우울증, 불면증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침입 흔적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심리적으로 불안증세가 있던 A씨가 가족을 살해한 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추정이다.
경찰은 A씨 등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유력한 용의자인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추후 경위가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