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 민생대책’ 그랜드세일, 전통시장도 동참하지만 반값 할인까진 못해
“괜히 손님들 불만 살라” 걱정… 강추위에 이중고
정부가 19일 ‘설 민생대책’을 내놓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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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책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각종 설 성수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그랜드세일’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농수산물과 전통시장의 그랜드세일로 소비를 촉진하겠다”면서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설 성수품을 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습니다. ‘싸게 팔 테니, 지갑을 여시라’는, 다시 말해 설 명절 특수를 통해 소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이 얘기만 믿고, 전통시장을 찾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습니다. 시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성수품을 절반 가격으로 할인해주는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성수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곳은 농·수협, 산림조합 특판장이나 직거래장터이지, 우리 동네 전통시장은 아니기 때문이죠.
전국의 300여개 시장이 그랜드세일에 참여를 하기는 하는데, 대폭의 가격 할인 행사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대신 ‘고객 유치’ 차원의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는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온누리상품권으로 5만원 상품을 산 뒤에 영수증을 가져오면, 5,000원짜리 상품권을 준다던가 하는 식이죠. 뒤늦게 상인들에게 “언론을 보니까 절반 가격에 판다던데 왜 안 깎아주는 거냐”고 해봐야 소용 없을 겁니다.
정부는 ‘세일에 참여는 하는데, 세일은 안 하는 전통시장’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의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하네요. 보통 시장 상인들은 도매시장에 본인이 직접 가서 물건을 가져와 팔고 있습니다. 도매가격에 약간의 이문을 남기는, 그래서 유통과정이 긴 대형마트 같은 곳보다 가격이 원래 쌀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상인들에게 “그랜드세일을 하려고 하니, 가격 팍팍 깎아서 동참하시죠”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시장 상인들 상당수가 영세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보는 시장 상인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당연히 고울 수가 없겠죠. 안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갖는다면서 홍보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오는 손님들 다 뺐기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이번 설 대책에서도 농수협 특판장에서 하는 설맞이 그랜드세일이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리고, TV 홈쇼핑을 통한 성수품 집중 판매도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이뤄집니다. 이 곳에서는 모두 설 상품이 최대 50% 할인이 적용된다고 하네요. 이번 대책에 전통시장 부문을 담당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그나마 다음달에 열리는 코리아그랜드세일라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대규모 할인행사와는 일정이 겹치지 않게 됐다”고 그나마 안도하더군요.
요즘 전통시장 상인들의 관심은 날씨라고 하네요. 요 며칠 한파가 몰아치면서, 사람들이 야외로 나오질 않으니 당연히 시장 손님들의 발길도 끊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설 때까지 추위가 계속되면 이번 명절 특수도 물 건너간다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할인 행사를 찾아 직거래장터를 가도 좋고, 농협이나 수협의 특판장을 찾는 것도 좋은데요. 이번 설 명절에는 전통 시장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가서 시장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민속놀이 체험도 해보고 떡국 만들기 행사에도 참여해보는 것도 괜찮은 연휴 보내기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대폭 세일까진 안 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닐 겁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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