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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20도 시장 무주공산… 소주의 진격, 세계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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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20도 시장 무주공산… 소주의 진격, 세계시장 노린다

입력
2016.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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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유럽 등서 독한 위스키보다

17~25도 저도주 즐기는 추세

中서도 얼음ㆍ물로 희석 경향

英 소주 이용 ‘김치 칵테일’ 등장

동남아선 한국 과일 소주 큰 인기

하이트진로ㆍ롯데주류 등 진격

전세계를 주름잡는 유명 술 종류들은 알코올 도수에 따라 갈린다. 맥주는 3~4도, 와인은 13~15도가 주류를 이루며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 데킬라와 러시아의 보드카, 유럽의 위스키와 꼬냑은 대부분 35~45도다. 중국의 대표주인 고량주는 40도를 웃돈다.

즉, 알코올 도수로 펼친 세계 주류 지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대역이 ‘20도 벨트’다. 아직까지 해외 주류업체들은 20도 술을 주력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20도 벨트에 해당하는 술은 우리나라의 소주 뿐이다. 이는 곧 20도 시장에서 소주와 견줄 상대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자존심을 버린 마오타이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업체들이 무주 공산인 세계 20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분위기도 좋다. 전세계 음주 문화가 위스키보다 낮은 17~25도 술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중국 마오타이(茅台)주의 변화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하고 나서 공무원들에게 중국을 대표하는 술 마오타이주를 마시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마오타이주의 알코올 도수가 50도 이상이어서 이를 마신 관리들이 쉽게 취해 업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가에서 설 자리를 잃은 마오타이주는 결국 고심 끝에 알코올 도수를 40도까지 끌어 내렸다. 세계 주류 업계는 이를 두고 “중국의 자존심이 떨어졌다”고 평했다. 마오타이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도수가 높은 전통주의 판매량이 줄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중국 젊은이들은 전통주를 마셔도 얼음과 물을 넣어서 희석해 마시는 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도 젊은이들 사이에 순한 술을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그만큼 20도 소주가 파고들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소주를 이용한 김치 칵테일의 등장

해외에서 소주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예고됐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유럽에 ‘진로’ 브랜드로 수출한 소주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20%씩 늘어난 92억원과 21억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소주를 이용한 ‘김치 칵테일’도 등장했다. 김치 칵테일은 소주를 따른 잔 주위에 매운 핫소스나 고추가루 등을 살짝 묻혀서 마시는 방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김치 칵테일을 국내 소주업체들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 아니라 현지 펍 등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했다”며 “그만큼 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과일주스를 섞어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과일소주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소주업체들은 올해 소주 수출 지역을 유럽 전체와 동남아, 중국 시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600억원이었던 소주의 해외 매출목표를 올해 800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800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을 올해 90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태국 방콕 삼센지역의 한 마트에서 판촉직원들이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자몽에이슬'과 '참이슬', '진로24'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태국 방콕 삼센지역의 한 마트에서 판촉직원들이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자몽에이슬'과 '참이슬', '진로24'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20일 일본 도쿄의 대형마트에 주류 판매코너에서 한 여성이 롯데주류가 일본에 수출하는 ‘경월’ 소주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주류 제공
20일 일본 도쿄의 대형마트에 주류 판매코너에서 한 여성이 롯데주류가 일본에 수출하는 ‘경월’ 소주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는 중화권에서 ‘처음처럼으로 즐거운 술자리를 가지자’는 의미에서 국내 ‘처음처럼’과 유사한 발음의 ‘추인추러(初?初?ㆍ첫맛 첫기쁨)’로 소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일본의 경우 자사의 ‘경월’ 소주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경월은 ‘거울에 비친 달’이란 의미로 은유적 표현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감안한 롯데주류의 일본향 소주 브랜드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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