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대북 제재 담판 앞두고 윤병세ㆍ임성남 면담
“中 리더십 보여주길 기대” 포괄적 경제 제재 압박 예고
北 대외무역 中에 90% 의존… 中 동참여부 불투명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제재를 놓고 중국과 ‘담판’을 앞둔 미국이 ‘북중 무역’을 집중 겨냥하고 나섰다. 원유, 석탄 등 북한의 무역 전반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려는 의도지만, 북한 무역의 90%가 집중된 중국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해 실효적 제재 방안이 도출될 지는 미지수다.
한국을 방한한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20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특별한 역할’이 있다”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블링큰 부장관은 “북한의 모든 무역은 사실상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영향력과 레버리지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이 이 문제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큰 부장관이 북중 무역을 직접 거론한 것은 4차 핵실험에 따른 강력한 제재 조치로, 북한의 경제 제재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는 주로 핵과 탄도미사일 등 무기 개발이나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 행위와 관련된 무역 및 금융거래에 초점을 맞춰왔다. 보석류, 요트, 고급 승용차 등 사치품 거래가 제한되긴 했으나 일반적인 무역 품목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對)이란 제재를 맡았던 피터 하렐 전 국무부 대테러금융제재 담당 부차관보는 19일 미 의회 전문지 ‘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에도 최근 수년간 북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5년간 이란에 제재를 가했던 것처럼 북한의 대외무역과 금융시스템 전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북한 경제의 핵심 분야인 광물, 섬유 등을 거래하는 국제 기업과 은행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대외 무역은 76억 달러 규모로 이중 68억6,000만 달러(90.1%)가 중국과의 교역액이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석탄 등 광물과 섬유ㆍ의류이며, 수입품은 원유와 전기기기 등이다.
20일 한국을 떠나 중국 베이징으로 향한 블링큰 부장관이 중국과 협의에서 제시할 제재 카드도 결국 원유와 석탄 등 대북교역을 포괄 제재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자체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은행을 제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제강화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ㆍ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포함했으나, 대통령 재량권으로 남겨뒀다. 여차하면 중국에 꺼내 들 카드이지만, 실제 이를 시행할 경우 미중 간 경제협력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미국 측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태다.
미국 워싱턴의 보수층에서는 중국의 움직임과 별도로 미국이 자체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으로선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포괄적 경제 제재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미중 간 협상이 쉽지 않은 상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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