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뚜렛증후군의 발병 기전을 국내에서 연구 중인 외국인 과학자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한국뇌연구원은 20일 뇌질환연구부의 케빈 W. 맥케언 박사 연구진이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인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음성 틱 장애를 일으키는 뇌의 특정 영역과 생리현상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뚜렛증후군과 음성 틱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나 외과적 시술법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틱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동작이나 소리내기를 반복하는 신경발달 장애다. 눈을 깜빡이거나 어깨를 들썩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의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 틱’, 킁킁거리기나 헛기침, 특정 단어 말하기 등을 지속하는 ‘음성 틱’으로 나뉜다. 틱 장애는 어린이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데 대부분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거나 증상이 약해진다. 하지만 틱 장애 환자 100~1,000명 가운데 1명 정도는 어른이 돼서도 증상이 계속되는 뚜렛증후군으로 발전한다.
맥케언 박사 연구진은 원숭이에게 특정 약물을 주입해 음성 틱 증상을 보이도록 만든 다음 컴퓨터 영상기술을 이용해 음성 틱 증상이 나타날 때 뇌의 여러 영역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감정과 보상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 부위 중 중격의지핵, 전대상피질, 1차 운동피질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뇌파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맥케인 박사는 “이 신호를 인위적으로 약하게 만들면 원숭이의 음성 틱 증상이 개선됨을 확인했다”며 “이로써 음성 틱 발생의 신경회로 작용기전이 규명돼 향후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출신의 맥케언 박사는 뇌연구원이 뇌 연구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3년 일본 교토대에서 유치한 과학자다. 그는 2013년 운동 틱 장애를 일으키는 신경회로를 알아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시술법 연구결과를 학계에 발표한 바 있다. 맥케언 박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교토대, 이화학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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