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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아저씨' 김영희PD, 孝예능으로 대륙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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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아저씨' 김영희PD, 孝예능으로 대륙 사로잡는다

입력
2016.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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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가 19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미가미디어 제공
김영희 PD가 19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미가미디어 제공

MBC 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등으로 유명한 ‘쌀집 아저씨’ 김영희(55) PD가 중국에서 일을 냈다. 지난해 4월 MBC를 퇴사하고 돌연 중국으로 떠나더니 예능 전문 프로덕션 미가(米家)미디어를 차렸고, 중국의 투자를 받아 또 다른 회사 B&R(Blue Flame & Rice House)의 대표가 됐다. 미가와 Rice House는 그의 별명 ‘쌀집 아저씨’에서 비롯된 이름. 김 PD는 지난 3년여 동안 MBC 소속으로 중국판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의 제작에 참여하며 중국 시장을 배워왔다.

중국에서의 공식 데뷔작으로 예능프로그램 ‘폭풍효자’를 선보이는 김 PD를 20일 중국 베이징의 B&R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얼굴에 새겨진 듯한 하회탈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폭풍효자’는 중화권의 인기 스타 황샤오밍, 쩡쐉, 뚜춘, 빠오뻬이얼, 천차오언, 차오거 등 6명의 연예인이 자신의 부모 중 한 명과 고향으로 내려가 5박6일 동안 함께 지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효(孝)예능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으며 23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중국 후난위성TV를 통해 첫 방송된다.

김 PD는 설렘과 긴장이 어우러진 얼굴이었다. 전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200여명의 중국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폭풍효자’ 제작발표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제작발표회 내용이 중국 5대 인터넷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했다”며 “약 6억명의 중국인이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톱스타 황샤오밍과 여배우 쩡쐉이 출연하니까 더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도 했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김영희 PD(가운데)가 출연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가미디어 제공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김영희 PD(가운데)가 출연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가미디어 제공

-제작 규모가 매우 크다고 들었다.

“제작비만 수백억원이 들었다(추정 총 제작비 400억~500억원). 한국 한 방송사 예능국의 1년 제작 예산을 훨씬 웃돈다. 중국 톱스타 황샤오밍의 경우 고향이 산둥성 칭다오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동네와 집은 남아 있으나 머물 방은 따로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한 달 전에 그 곳으로 가서 그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에게 양해를 구해 잠시 동안 이사를 시켰다. 이후 황샤오밍의 옛날 사진을 보고 그의 집을 그대로 재현했다. 연예인 가족 6팀 모두 그런 식으로 집을 인테리어 했고, 촬영이 끝난 뒤에는 해체작업까지 했다.”

-투입된 장비와 인력도 많을 듯하다.

“한 집에만 카메라 50~60대를 설치했다. 집 옆에는 60여개의 모니터를 설치한 뒤 한 눈에 상황을 지켜 보며 카메라들을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 하우스’를 만들었다. 방대한 촬영분량을 편집하기 위해 편집실 규모만 700평이다. 스태프도 중국과 한국 인력 합쳐 600명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보통 4~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리얼 예능을 촬영한다. 카메라를 많이 설치하고 싶어도 제작비 문제와 더불어 기술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촬영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 외주제작사를 직접 차렸다.

“2년여 전 중국 내 다른 외주제작사와 3년 기간 동안 계약 체결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했다. 팔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변호사와 함께 중국으로 날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설득했다. 결국 계약을 취소했고 1년 정도 고민을 하다가 지난해 MBC를 퇴사한 뒤 중국의 투자를 받아 제작사 B&R을 차렸다. B&R은 중국 안에 있는 글로벌 회사로 보면 된다.”

-외주제작사이기에 힘든 점은 없나.

“중국은 한국과 다른 방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외주제작사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저작권과 판권을 소유하고 광고 계약도 알아서 한다. 방송사가 개입하지 않는다.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할 때 광고 수익의 몇 %를 떼어 받는 식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콘텐츠 공급은 많은데 양질의 콘텐츠가 없는 상황이라 중국 방송사들이 한국의 예능 포맷을 사오고 공동작업도 하는 거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 앞에) 오히려 줄을 서게 된다.”

-후난위성TV와의 협업도 이례적인 경우라 들었다.

“중국 대부분의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사들여 틀어준다. 그래서 이들 방송사들은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나 판권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고 광고 계약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반면 후난위성TV는 거의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외주제작사가 만든 ‘폭풍효자’를 방송하는 거다. 특히나 ‘폭풍효자’처럼 수백억원대의 블록버스터급 대작은 1년에 한 편 나올까 말까다. 그래서 후난위성TV에서도 주요 시청 시간대에 편성하는 등 홍보에 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폭풍효자’가 성공만 하면 방송사측과 함께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영상 콘텐츠 시장인MIPTV에 부스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폭풍효자’를 글로벌 콘텐츠로 내다보고 영어 제목도 고심 끝에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The Greatest Love)로 지었다.”

-중국에서 첫 시도하는 ‘효 예능’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포맷을 사들여 만든 ‘아빠 어디가’가 성공하면서 가족 예능이라는 형식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중국 연예인들이 자신의 부모와 함께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효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덕몬인데 요새 중국에서도 효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고 있다.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예능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중국 톱스타 황샤오밍(가운데)과 그의 어머니. 미가미디어 제공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중국 톱스타 황샤오밍(가운데)과 그의 어머니. 미가미디어 제공

-중국 연예인들을 진두지휘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중국에선 연예인들을 두고 신이라고 한다. 미리 약속을 잡지 못하면 만나지도 못하고, 만난다 하더라도 30분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약속을 잡는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다. ‘폭풍효자’를 위해서 중국 연예인 30여명을 만나봤다. 홍콩, 대만 등 그들이 오라고 하면 가야 했다. 비행기를 60번 정도 타고 이동했을 거다. 그나마 플라잉PD(원작자로 제작에 참여하는 PD)로 중국에서 일하면서 중국에 인지도가 생겨 방송사와 연예인들에 신뢰를 준 것 같다. ‘나가수’가 중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게 한 몫 했다.”

-국내에 있었다면 현역일 수 없는 연배이다.

“솔직히 ‘폭풍효자’ 촬영하면서 일할 맛이 났다. 비서가 3명이다. 요새는 너무 바빠서 한 명 더 채용하려고 한다. 스케줄 관리하는 사람, 이동할 때 숙박이나 비행기 등을 챙겨야 하는 사람 등이 필요하다. 매일 스케줄이 바뀌다 보니까 이를 관리하는 비서가 있어야겠더라.”

-한국의 외주제작사 사정은 좋지 않다.

“한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서 너무 많은 제작사가 경쟁을 하고 있다.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PD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중국은 기술력과 자본, 인력 등이 뒷받침이 되는 구조다. PD로서 일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PD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시장 규모를 만들어줘야 한국에서도 중국,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폭풍효자’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올 가을 중국에서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하나 더 제작할 예정이다. 후난위성TV 등 여러 방송사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 한 두 달 내에 방송 편성을 잡아야 한다. 한국에서 4~5명의 예능 PD들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유명 PD도 포함돼 있다.”

베이징=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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