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저자 첫 형사재판
국민참여재판 여부 29일 결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59) 세종대 교수가 20일 열린 첫 형사재판에서 “‘자발적 매춘부’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교수는 이날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하현국)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 기일에서 “자발적 매춘부라는 말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비판하기 위해 인용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2013년 8월 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은) 그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행한 측면이 있다”고 표현하는 등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변론을 통해 “(위안부) 표현 자체는 집단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며 “박 교수는 새로운 시각에서 (한일 간 위안부 협상)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시작 시간을 10여분 앞둔 오전 10시50분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 교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이 공소장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재판 후 법정을 나서며 “재판부가 앞선 판결(9,000만원 배상하라는 민사소송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리려면 사건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 정의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이 열리는 29일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나눔의 집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찾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0) 유희남(89) 할머니는 손에 손수건을 꼭 쥔 채 굳은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이 끝난 뒤 이들은 단호한 목소리로 박 교수의 처벌을 주장했다. 유희남 할머니는 “재판이 열리기 전 박 교수로부터 ‘일본의 높은 사람들에게 얘기해 20억원을 받아다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한국 땅에 살 자격이 없는 여자”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가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향후 ‘학문의 자유’와 ‘명예훼손’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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