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가 2년 뒤 신고… 선고유예
양육 계속 고집하면 정식 입양 난관

2013년 12월 A(41)씨 부부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둘째 딸이 태어났다고 신고했다. 친딸은 아니었다. 난임으로 힘들어했던 이들 부부가 ‘개인 입양’으로 어렵게 얻은 자식이었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직접 했고 친딸처럼 키웠다.
A씨 부부는 첫 아들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가까스로 얻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서였다. 아내의 나이가 많아 둘째 시술이 어렵자 A씨 부부는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하려면 6개월~1년이 걸리고, 양부모 교육부터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 등을 거쳐야 했지만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이들 부부에겐 포기하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결국 A씨 부부는 심부름센터를 접촉해 300만원을 주고 1~2개월 후 출산이 예정된 미혼모를 소개받았다. 미혼모가 낳을 아기를 자신들이 친부모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해서 둘째 딸을 얻은 것이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년 뒤 문제는 현실이 됐다. 뒤늦게 딸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둘째 딸의 생모가 A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A씨 부부에겐 날벼락이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남의 딸을 허위로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린 혐의(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자신의 행동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했다. “딸을 정말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어린 딸이 A씨 부부는 물론, 두 살 터울의 오빠와 해맑은 웃음을 띄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증거물로 제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은명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한다고 20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되, 향후 2년 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범죄 사실을 없던 일로 해 주는 처분이다. 재판부는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범행 경위 등을 참작했다”며 “딸의 입양 허가가 나면 처벌의 실익도 없다”고 선처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말 서울가정법원에 딸의 입양을 허가해 달라고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A씨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렸지만,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불법 입양이 명백하고 입양 허가 땐 친모의 의견도 고려되기 때문이다. 친부모 측이 “이제 내가 키우겠다”고 주장할 경우 딸이 A씨의 가족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씨 부부가 합법적인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은 대가가 형사 처벌이 아닌 더 큰 난관일지도 모른다.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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