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소속 단체장 전원 “집행”
더민주는 단체장 의지 따라 갈려
안산은 “집행 않는게 원칙” 거부
경기도 22일 시군에 예산 교부
경기의회 야당 집행정지 가처분 검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어린이집 예산 910억원을 준예산에 추가 편성해 집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도내 시군은 단체장에 따라 수용 여부가 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은 전원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남 지사의 준예산 집행을 성토하고 나서면서 혼란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20일 시군에 따르면 경기도의 910억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수용의사를 밝힌 곳은 수원, 용인, 안양 등 25곳이고 불수용 1곳(안산) 유보는 5곳(성남 고양 부천 화성 오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단체장 시군은 모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도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누리과정으로 인한 고충이 가중돼 예비비를 통해 지원하려는 방안을 찾고 있었는데 도에서 예산지원을 해주면 즉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운 안양시장도 “누리과정 관련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경기도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예산이 내려오면 조기 집행해 관내 어린이와 학부형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단체장이 있는 시군에서는 도비지원을 받겠다는 곳과 받지 않겠다는 곳이 엇갈린다. 안산시는 누리과정비를 원칙적으로 집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며 성남, 화성시 등 5곳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원칙은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집행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견해가 있어 적법여부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르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누리과정은 국가사무로 경기도가 불법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집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산시는 “애초 유보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다른 시군이 집행한다면 이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도비 100%라 단독으로 집행하지 않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화성시와 부천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는 22일쯤 시군에 예산을 내려 보내 월요일부터는 어린이집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에는 국공립과 민간 등 4,448개 어린이집에 1만4,224명의 교사가 15만6,874명의 아동을 돌보고 있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누리과정 내용과 관련, “교육부와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에게 왜곡된 보고를 하고 있다”고 “대통령이 사실대로 정확히 보고를 받고 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 지사의 준예산 지원 발표에 대해서도 “편법지원 발표는 미봉책으로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성토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남경필 지사의 누리과정 준예산 집행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도의회 법률고문과 입법고문 6명에게 자문한 결과 남 지사의 준예산 집행에 위법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남 지사가 시군에 누리과정 예산 전출을 추진할 경우 이를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준예산 집행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등 다른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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