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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한 머니 익스트림] 금융시장 '젠트리피케이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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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한 머니 익스트림] 금융시장 '젠트리피케이션' 조짐

입력
2016.0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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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달러 지폐의 초상화 주인공은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다.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위 '흙수저' 출신으로 미국 민주화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1820년대부터 시작된 북미대륙의 인디언 추방에 가장 앞장서기도 했다. 대통령에 취임하여 인디언 추방법을 제정했고, 수천Km 떨어진 보호구역으로 원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이 숨졌다. 이 사건이 미국 역사상 가장 끔직한 이야기로 알려진 '눈물의 길'이다. 이 같이 원주민을 추방시켰던 역사적 사건들에는 '힘의 논리'가 지배해 왔다.

이 이야기를 떠올린 이유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때문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는 노동자 거주지가 중산층 이주로 인해 지역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형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최근 들어 구도심에 신흥 상권이 형성됨으로써 '자본(돈)의 논리'에 따라 영세 임차인들이 떠나는 현상이 그 전형적인 모습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주변 상가들의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동네 가게와 주민들이 오른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면서 골목상권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 잇따른다.

금융시장에도 '혁신의 논리'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고 있다. 저비용·고효율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적 은행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ICT를 접목시켜 파격적 혁신을 내세운 새로운 행태의 영업으로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뀌게 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건물이나 창구직원 없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만으로 예금, 대출 등 모든 업무를 취급하는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의 금리, 수수료 등 가격요소가 제도적인 가이드라인에 묶여 운영되어 왔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의 등장으로 이 같은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비용절감을 통해서 예금이자를 더 주고 대출이자를 낮출 수 있다. 또한 고객이 모바일 저비용 광고에 노출되고 학습되면서 기존은행의 빗장도 열릴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란 옭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진화과정의 한 단면으로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플러스-섬(plus-sum)을 지향하는 정책적 방향성이 중요하다.

칼럼니스트 이치한

한국스포츠경제 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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