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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16-가성비②] 가격 B급·품질 A급…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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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16-가성비②] 가격 B급·품질 A급…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고시장

입력
2016.01.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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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A씨(31·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살 때 주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한다. 카메라, 태블릿PC, 노트북 등 그동안 구매한 제품도 다양하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도 중고거래를 주로 하는 이유지만 사용하기 쉽고 많은 매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어플도 이용에 한 몫 했다. A씨는 "판매자별로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 보고 들어가서 사는 형식이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고, 재구매 시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예비신부 B씨(30·서울 양천구 목동)는 신혼집에 들일 가전과 가구를 리퍼브 매장에서 장만했다. B씨는 "예산보다 약 800만원이나 싸게 구입해서 돈을 번 기분"이라며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은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구입했는데, 품질보증서도 있어 믿을 만하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고거래가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의 중고거래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새 제품보다 최대 90%까지 저렴한 전시상품이나 반품상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자도 증가 추세다. 이렇게 중고거래가 활성화 된 이유로는 오랜 불황에 합리적인 소비가 늘어난데다 중고품 거래 관련 서비스가 확대된 점을 꼽을 수 있다.

■ 멀쩡한 제품이 반값, '리퍼브'가 대세

11번가,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중고물품 거래 중에서도 특히 흠집, 색상 등 미세한 문제로 반품된 상품이나 전시상품 등 이른바 '리퍼브(Refurb)' 제품의 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퍼브는 '리퍼비시드'(refurbished, 재공급품)의 약자로, 이와 같은 판매방식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정착했고 국내에는 2004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생활비를 아끼려는 학생, 신혼부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신제품의 절반 안팎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강조되면서 유통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매년 20% 이상 성장 중이다.

새 제품을 구입하기엔 부담스럽고 중고제품은 원치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리퍼브 제품만 취급하는 리퍼브 매장이 생겨났다.

▲ 경기도 파주시 리퍼브 매장인 올랜드 아울렛 (사진=연합뉴스)

리마켓, 리퍼브샵, 리사이클시티 등 리퍼브매장 업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알뜰 쇼핑족 사이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곳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올랜드 아울렛이다.

올랜드 아울렛은 파주 이외에도 남양주, 평택, 목포, 천안, 창원 등 전국 10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브랜드 가전과 가구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가전 매장과 가구 매장을 별도로 갖추고 어린이용 침대, 가구 등을 갖춘 주니어관까지 별도로 꾸며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랜드 파주점의 경우 수시로 '천원의 행복' '반의반의 반값' 이벤트 등 특별할인 행사도 벌이고 있다. 올랜드 파주점에 따르면 이벤트를 여는 날에는 보통 400명 안팎의 고객이 몰리며, 많은 경우는 600명까지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불황 속 호황,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거래 커뮤니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전문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중고품매매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의 경우 중고장터 매출 연간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2014년 44%, 2015년 22%를 기록했다.

옥션은 지난 2014년 7월 중고장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편하고 서비스를 강화한 이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옥션 측은 중고거래가 활성화 된 이유로 '고객층의 확산'을 꼽았다. 비교적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 세대인 2030세대들이 주로 이용했던 중고품 거래 시장에 중년층이 진입하면서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 옥션 중고장터 모바일 앱 화면 (사진제공=옥션)

이는 모바일 쇼핑의 대중화에 기인한다. 옥션의 중고장터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2015년 20대가 6%, 30대가 18%, 40대가 36%, 50대가 27%, 60대 이상이 13%로 4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거래되는 제품은 등산 및 골프의류, 골프용품 등의 품목으로 중년층 사이에서 합리적인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옥션 중고장터 연령대별 구매 비중 및 주요 품목 판매증감률 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온라인쇼핑몰이 중고거래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하고 개선하고 있는 점도 중고거래의 활성화를 돕는 요인이다. 옥션은 중고거래와 경매 시스템을 접목해 새로운 중고거래 시스템을 만들었다. 모바일을 통해 수시로 경매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상품등록절차를 간소화해 3분 안에 상품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구매자들이 찾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상품 매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과거 중고거래는 오직 신뢰를 바탕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옥션 중고장터는 에스크로 안전결제서비스를 통해 거래 시 위험을 줄였다.

11번가 역시 고객들의 간편한 서비스 이용에 초점을 맞췄다. 복잡한 상품등록 절차 없이 수거부터 검품, 판매 후 입금까지 전문업체가 대행해주는 휴대전화,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명품 매집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중고폰 온라인 전문매장 '안심 중고폰샵'을 열고 중고서적 전문 '개똥이네'를 입점시키는 등 중고 전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 피해 예방 위한 법적 장치 보완 필요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삶이 팍팍해지면서 중고제품 거래는 갈수록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개인 간의 거래이다보니 법적으로 제재할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으로선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규제할 법적 명분이 없기에 거래하는 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중고물품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에 일정 책임을 지우는 법적인 장치의 마련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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