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태백이 충분히 흥겨웠다면 이젠 검은 태백에 침잠해볼 때다.
흰 눈으로도 덮지 못하는 처연하고 고단한 생의 현장을 거니는 걸음이다. 태백의 쇠바위마을 철암에 들어서면 흑백사진 속으로 빠져드는 듯 갑자기 주위의 풍경들은 색을 잃는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처음 탄광이 개발되면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철암마을이다. 1940년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묵호와 철암을 잇는 철암선이 개통됐고, 1955년에는 영주와 철암을 잇는 영암선까지 열리면서 철암은 황금기를 맞게 된다. 검은 노다지는 돈을 불렀고 그 돈은 골드러시 못지않게 사람을 불러 모았다. 당시 철암의 집세는 서울보다 높았다.
하지만 에너지원이 달라졌고 잇단 폐광에 철암은 죽은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때 4만5,000여명이 흥청거렸던 철암의 거리는 지금 3,000여명 밖에 안 되는 인구로 줄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 철암거리 일부가 철암탄광역사촌으로 만들어져 외부인을 맞는다. 2014년 2월 태백시가 철암천변에 남은 건물 11채를 외부는 그대로, 내부는 전시관으로 고쳐 개방한 곳이다.
철암천 물가에 세워진 이 건물들은 하천 쪽에서 보면 모두 물가 쪽에 기둥을 박고 건물 규모를 늘린 것을 알 수 있다. 덧댄 기둥이 까치발을 닮아 까치발집으로 불리는 건물들이다. 봉화식당, 진주성, 젊은날의 양지, 한양다방, 페리카나 등 예전 간판들이 그대로 달려있다. 페리카나 치킨집에선 치킨을 팔지 않는다. 그 집의 문을 열면 문화관광해설사가 손님을 맞는다. 여기서부터 옆 가게로 옮겨가며 탄광의 생활사와 예술작품들을 볼 수 있다. 철암탄광역사촌 033-582-8070
태백의 광산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에 있는 석탄박물관이나 태백산 입구 옛 함태광업소 자리에 들어선 태백체험관을 둘러보자.
태백의 탄광 지역에 새로 조성된 시설 중 하나가 365세이프타운이다. 재난상황 대처 능력을 기르는 종합 안전체험 시설이다.
전국에 있는 5개의 안전 관련 교육시설 중 최대 규모다. 가상의 각종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체험하면서 위급 상황 발생 때 대처 능력을 학습할 수 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방문객이 많지 않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고.
365세이프타운은 크게 세 지구로 나뉜다. 산불체험관 설해체험관 풍수해체험관 지진체험관 등으로 이뤄진 장성지구, 곤돌라와 지프라인 트리트랙 등을 갖춘 중앙지구, 소방공무원 전문 교육시설이자 일반인 대상 화재 대처요령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철암지구 등이다.
이중 장성지구의 3D, 4D 영상을 활용한 체험관들이 인기다. 풍수해체험관에선 대피 경보가 발령되면 보트에 탑승해 수해가 난 도시를 가로질러 안전지대로 대피한다. 산불체험관에선 시뮬레이터 헬기를 타고 산불을 진화하며 숲 속의 생물을 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진체험관은 규모 7 이상의 강진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테마파크에 온 듯한 재미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 365세이프타운 관계자는 “평소 놀이기구를 잘 타지 않는 어른들이 이곳에서 체험을 해본 뒤 아이들보다 더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자유이용권 대인 2만2,000원. 청소년 2만원. 어린이 1만8,000원. 033-550-3101~5
태백=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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