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아 고용 여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달 7~18일 산하 조직 2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101개 기업 중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지만 60세 이전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곳(정년보장형)은 73곳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61세부터 임금이 줄어드는‘정년연장형’이었다.
그 동안 정부가 청년 등의 신규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시행 기업 73곳의 52.1%(38곳)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채용 과정 중이거나 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38.4%(29곳)에 그쳤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선, 최근 규칙을 변경했다고 답한 곳이 201곳 중 5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유는 ‘정년 관련’이 46.9%로 최다였고 이어 임금 및 근로조건(33.3%), 인사평가 기준 및 복무규율(11.1%) 순이었다. 임금체계를 호봉제(연공급)에서 성과중심제(직무성과급)로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절반 이상(59.2%)이 “없다”고 답했다. “시도가 있었거나 앞으로 예상된다”는 곳은 3곳 중 1곳(36.3%) 꼴이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아버지의 월급을 줄여 아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실제로는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만 악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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