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스에서 라운드 하려면 낙타와 카누, 기도해줄 신부가 필요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리어빌더 챌린지의 관심은 선수가 아닌 악명 높은 골프 코스에 집중될 전망이다.
커리어빌더 대회는 선수들이 3개 코스를 차례로 도는 독특한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그 중 하나가 PGA웨스트 스타디움 코스다. 미국의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스타디움 코스지만 PGA 투어 정규대회를 개최한 것은 1987년 이후 29년 만이다. 코스가 너무 어렵다는 선수들의 불평 때문에 그 동안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트 다이가 설계한 이 코스는 1986년 개장한 뒤 이듬해 봅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을 개최했다.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코스였지만 수많은 워터 해저드, 6m가 넘는 깊이의 벙커는 프로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파72, 7,114야드로 세팅된 코스에서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74가 넘었고,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자랑하던 아마추어 골퍼들도 100타를 깨기 힘들었다. 당시 칼럼니스트 짐 머리는 “이 코스에서 라운드 하려면 낙타와 카누, (기도해줄) 신부가 필요하다”고 글을 썼다.
코스 설계자 다이는 2006년 인터뷰에서 “1987년 대회 기간 코스에 있었는데 선수들은 코스를 보고 저주를 퍼부었다”며 “나는 던져진 썩은 과일을 피해 다녔다”고 회고했다. 이제 만 90세를 넘긴 다이는 죽기 전에 자신이 설계한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을 보게 된 셈이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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