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한 데 이어 국민당에서도 첫 여성 주석이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시보 등은 훙슈주(洪秀柱ㆍ67) 입법원(국회) 부원장이 국민당 주석 경선 참여를 선언할 것이라고 20일 전했다. 16일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ㆍ60) 후보에게 참패한 주리룬(朱立倫ㆍ55) 후보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국민당 주석직을 내 놓은 가운데 국민당 제1부주석인 우둔이(吳敦義ㆍ67) 부총통, 후즈창(胡知强ㆍ67) 전 부주석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훙 부원장이 국민당 주석에 당선될 경우 국민당의 첫 여성 주석이 된다. 이 경우 대만 여야의 수뇌를 모두 여성이 장악하는 이변도 생긴다.
훙 부원장은 지난해 7월 국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며 차이 후보와 미혼 여성 간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중도 하차하는 곡절을 겪은 바 있다. 국민당은 훙 부원장이 차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자 선거 3개월을 남겨 놓은 지난해 10월 전당 대회를 다시 열고 훙 부원장의 지명을 철회한 뒤 주리룬 주석으로 후보를 교체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중도에 훙 부원장의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주 후보로 교체한 것을 국민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작은 고추’(샤오라자오ㆍ小辣椒)란 별명을 가진 훙 부원장은 2014년11월 국민당이 지방 선거에서 참패한 뒤 아무도 총통 선거 후보로 출마하지 않으려 할 때 홀로 나서 단독 후보로 지명을 받을 정도로 당찬 여성이다. 국민당은 이번 입법의원 선거에서도 의석(총 113석) 수가 64석에서 35석으로 급감했다. 차기 국민당 주석은 당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도 2008년 민진당이 위기에 처해 모두가 주석을 마다할 때 주석을 맡아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구해낸 바 있다.
다만 훙 부원장이 ‘국민당의 차이잉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달 말 열릴 당 주석 경선에서 승리하는 첫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당 안팎에서는 중도에 총통 후보직을 내려놓은 훙 부원장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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