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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통합여행' 이종걸, 뜬금 없는 복귀

입력
2016.0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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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는 ‘낯선’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언론사 카메라들의 초점은 이 낯선 얼굴에 쏠렸습니다. 마치 이날 회의의 주인공은 어제 대표직 사퇴를 공식화 한 문재인 대표 대신 이 낯선 얼굴이 아닌가 할 정도로 관심이 됐습니다. 그 낯선 얼굴은 45일 만에 최고위에 복귀한 이종걸 원내대표입니다. 자칭 ‘통합여행’을 떠난다며 지난해 12월 7일 최고위 불참을 선언했던 이 원내대표의 이날 복귀는 전날 예고됐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직후였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이후 45일 만에 최고위에 참석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이후 45일 만에 최고위에 참석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낼지 귀를 쫑긋했습니다. 평소 ‘돈키호테’스타일의 그였기에 과연 그가 최고위 불참에 대한 사과를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존경하는 문재인 대표님”이었습니다. 이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회의장 곳곳에서는 숨죽여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몇몇 당직자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화가 난 몇몇 참석자들은 이 원내대표에게 ‘레이저’를 쏘면서 노려 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런 반응들이 나온 까닭은 확실합니다. 그는 최고위 불참을 선언한 전후로 문 대표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내 혼란을 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당을 떠난 의원들과 똑 같은 레퍼토리였습니다.

그런 그는 문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에는 나타나지 않은 채, 자신이 주재하는 정책조정회의만 참가했습니다.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제1야당에는 ‘월ㆍ수ㆍ금(최고위가 월ㆍ수ㆍ금요일에 열림)반’과 ‘화ㆍ목(정책조정회의가 화ㆍ목요일에 열림)반’으로 나뉜다는 ‘웃픈(웃기지만 슬픈)’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어야 할 상황에서 당의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힘이 분산되니 대여 협상이나 대정부 투쟁이 제대로 될 리 없겠죠.

이 원내대표는 그런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그동안 최고위에 ‘결석’한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그는 “걱정하신 당원 동지 여러분 당을 위해서 헌신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리고 사과 말씀 드린다”며 “이유야 어떻든 일방적으로 최고위를 비우고 당무와 함께 하지 못해서 그동안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나선 곧바로 문 대표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한 길에 큰 결단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마음 속에 더민주 깃발이 휘날릴 수 있다는 확실한 전기가 마련됐다. 문 대표 생각이 밀알, 씨앗이 돼서 총선승리, 대선승리 확신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다시 한 번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최고위는 죽어도 안 들어갈 것처럼 버텼던 이 원내대표의 모습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당내에서 그와 가장 가깝다던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 주변에서 최근까지‘최고위에 들어가는 게 좋다’는 조언을 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거부했습니다.

그러던 그의 복귀를 곱게 보는 시각은 별로 없습니다. 전날 문 대표의 사퇴 선언으로 인해 최고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이날을 포함해 많아야 2번 정도 더 열리면 최고위는 문을 닫을 상황입니다. 그런 그가 한달 반 가까이 비웠던 최고위를 갑작스레 찾아왔으니 반가워 할 리 없죠. 며칠 전 이 원내대표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그가 ‘어떤 자리’를 보장 받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복귀하셔서 최고위가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며 “제가 어제 사퇴의 뜻을 밝혔고 그래서 최고위원들은 공동운명체로 저와 거취를 함께 하게 됐지만, 이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으로 우리 당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최고위의 권한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단합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말을 남겼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종걸 원내대표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표가 물러나면 이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9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까지 제1야당 더민주의 원내사령탑 역할뿐만 아니라 한참 어수선했다가 이제 좀 자리를 잡아가는 당을 추스러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가 말했던 ‘통합여행’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야권 통합을 위해서도 뛰어야 합니다. 그동안이야 더민주의 비주류 의원이 입에 달고 살았던 ‘모든 건 문재인 때문이야’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핑계거리도 없습니다. 이제 잘못하면 고스란히 그 자신의 책임이 되는 것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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