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리그 활성화를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8일 "기존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순위결정방식을 변경했다"며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차보다 다득점이 우선이다. 득점 증가 등 공격 축구를 유도해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고자 한다. 팬들의 만족도도 함께 높이기 위한 장치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이번 시즌부터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R리그에서 모두 실시된다.
조연상 연맹 사무국장은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사무국장 회의 때 처음 나온 안건이다. K리그의 경기당 득점은 다른 리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점점 저조해지고 있는 추세다. 득점 없는 무승부 경기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보는 재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순위결정방식을 바꿔보면 경기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길까 하는 생각에 변화를 주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리그 활성화 측면에서 공격 축구로의 유도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도 K리그의 발전을 얘기하면서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지난해 K리그의 경기당 팀별 득점은 1.2골(챌린지 1.11골)에 불과했다. 잉글랜드(1.28골)와 스페인(1.35골), 이탈리아(1.35골) 등 빅리그는 물론 일본(1.34골)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득점이 나지 않는 축구는 외면 받기 십상이다. 관중 유치 등을 위해서라면 리그는 골이 나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득점을 늘리고자 하는 연맹의 고심은 100% 이해한다"면서도 이 같은 제도 변경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는 "득점을 내는 것 못지않게 실점을 적게 하는 것도 스포츠의 중요한 가치다. 수비 전술이 뛰어난 것도 경시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골득실보다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것은 축구의 종합적 본질에 덜 부합한다는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제도 변경에 따라 공격 축구가 활성화 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도 한준희 해설위원은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골수가 많으면 나중에 득이 될 수 있으니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 스플릿 직전이나 시즌 막판 몇몇 팀들이 골을 넣는 데 관심이 커질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승점이 동률일 때만 다득점이 우선된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승점이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공격을 우선시할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승점이 같을 때 이 방식대로라면 '100득점 50실점'인 팀이 '101득점 75실점'인 팀보다 뒤지게 된다. 야구에서 홈런, 농구에서 3점슛, 배구에서 백어택이 많다고 팀 전력을 더 높게 보지는 않는다. 다른 리그들에서 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연맹의 제도 변화에 대해 "공격 축구를 유도하는 작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인식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승패만 생각하는 축구에서 즐기는 축구가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구단, 감독,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팬들도 팀이 이기는 것만 바라는 팬심에서 벗어나 팀이 이기고 있더라도 공격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경기에 야유를 보낼 수 있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팬들의 환호와 야유가 적절할 때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부의 지적에 대해 조 사무국장은 "주객이 전도될 수 있으니 지나치게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구단이나 선수들의 마인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선수들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사진=김신욱-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연맹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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